K-방역 자만이 ‘백신慘事’ 불렀다
  • 손경호기자
K-방역 자만이 ‘백신慘事’ 불렀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0.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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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백신 失機로 국민 불안
美·EU·日·사우디 등 주요국
자국민에 백신 접종 시작 소식
정부, FDA 승인 백신은 커녕
임상 중 아스트라제네카 조차
내년 2~3월 도입 가능성 밝혀
여유부리다 백신 제때 미확보
방역 실책, 솔직히 시인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21일 0시 기준 926명이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후 경기 부천시 심곡본동 부천마루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21일 0시 기준 926명이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후 경기 부천시 심곡본동 부천마루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세계 부유국으로 꼽히는 미국·EU·일본·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국가들이 앞다투어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해 자국 국민들에게 접종하기 시작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연일 확진자가 800명~1000명대를 오르내리는 한국으로선 그 어떤 것보다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시급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국 FDA가 승인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도입은 엄두도 못내고 아직 임상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조차 내년 2~3월이 돼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짜’뉴스까지 퍼뜨리며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화이자와 모더나에서도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오히려 그쪽에서 우리에게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가격을 합리적인 선으로 받아내기 위해 여러가지 바게닝(협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들은 선구매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느긋한 입장을 보이는 것 같아 의아했지만 그래도 국민은 이 말을 믿고 정부가 늦지 않은 시기에 백신을 확보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한달이 지난 지금 모두가 거짓말로 드러났다.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 물량을 사전에 제약사 측과 협의하지 않으면 과연 구입할 수 있는 건가. 주요국들이 왜 총력전을 펼치며 제약사와 접촉했겠는가. 박 장관의 말과 반대로 매달리는 쪽은 오히려 우리 정부고 그나마 이른 시일 내엔 받을 물량조차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정부의 코로나 백신 확보 지연과 관련, 참모들과 내각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의료진과 전문가들은 ‘백신 긴급 확보’를 여러차례 정부에 주문했지만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백신 미확보 논란에도 “우리나라의 확진자 증가 추세가 다른 나라보다 안정적이었고, 백신 도입은 다른 나라의 부작용 사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까지 했다.

하지만 정 총리는 지난 20일 “정부가 백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지난 7월엔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사실상 정부 책임을 인정했다. 결국 K-방역 자만심에 빠져 백신도입을 서두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의 백신대책은 미숙했고 실기를 놓친 실책이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내년 2∼3월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실제로 그 기간에 과연 들어올 수 있을지,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K-방역 자만심에 빠져 실기(失機)를 놓치는 바람에 국민들만 불안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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