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즐겨라(Enjoy the Change)
  • 모용복선임기자
변화를 즐겨라(Enjoy the Change)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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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국내 자동차 회사가 신차 출시에 맞춰 광고영상을 내보냈다. 슬로건은 ‘변화를 즐겨라’(Enjoy the Change). 쌩쌩 달리는 차 뒤로 오버랩 되는 광고 문구 이미지가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돼 있다.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타고 다니는 차는 그 회사 제품이 아니다. 하지만 광고 덕분에 그 차종은 꽤 인기가 있었으며, 지금도 도로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초부터 지구촌을 휩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일상에 안주하던 사람들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는 인간들에게 변화를 강요하고 있지만 그 변화 물결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휩쓸리거나 나락으로 추락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적지 경험해 보지 못한 변화의 쓰나미다.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존재다. 변화 앞에서 늘 망설인다. 익숙한 일상과 이별하는 일은 낯설고 두렵기까지 하다. 이를테면 군 입대는 남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변화를 경험하는 때다. 요즘이야 군대생활도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 군대 가는 풍경은 출가하는 일만큼이나 처연하고 거창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입대 전 흥청망청 술을 마시며 일탈을 즐기거나 통과의례 같은 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인간에게 무한변화를 강요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화의 귀재다. 인간이 백신을 개발해 반격에 나서자 변신을 시도 중이다. 세계 곳곳에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아직까지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변이가 거듭될수록 언제든 위협적인 변이체가 나올 수 있다. 변이가 쉬운 유전자 구조 특징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치명률보다 전파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자신을 계속 복제하면서 꾸준히 변이를 하지만 적자생존을 하는 까닭에 생존을 못하는 바이러스는 소멸하게 된다. 따라서 치명률보다 새로운 숙주를 찾아 잘 전파를 시켜야 살아남는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인간을 말살시키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두려움이 밀려온다.

바이러스만큼은 아니지만 동물들도 변화에 능숙하다. 대부분 파충류는 유전자가 아닌 둥지 주변 온도에 의해 성별이 결정된다. 거북이나 악어, 도마뱀 새끼들은 환경으로 인해 암컷이나 수컷으로 부화한다. 최근 연구는 더욱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파충류 배아가 단지 환경순응에 그치지 않고 알 내부를 돌아다니며 변화하는 온도에 따른 극한의 열 조건을 완충시킬 수 있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너무 과열되지도 식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상황을 일컫는 경제용어)’을 찾는다고 한다.

이 같은 연구는 지구 역사상 지금보다 훨씬 더웠을 때나 추웠을 때 파충류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인간은 자신들이 초래한 지구온난화로 “못 살겠다” 아우성인데, 파충류는 온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생존률을 높이고 있다. 환경에 대처해 변화하는 파충류의 놀라운 능력이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 첫해는 어제 해와 별로 다르지 않다. 떠들썩한 해넘이 행사도 해돋이 축제도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풍경이다. 그러고 보면 해는 어제나 오늘이나 매한가지인데 우리가 일출이니 뭐니 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등 부산을 떠는 통에 새해 첫해는 더 밝고 커진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나이 한 살 더 먹으면서 그냥 시작하기엔 어딘가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또 일년 중 탈피(脫皮)를 꿈꿀 수 있는 유일한 새해 아침에 작심삼일인들 결심을 안 할 수 있으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해엔 변화를 마주할 용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갖고 코로나 난관을 돌파해 나가리라 다짐해 본다. 지금 내겐 항구를 떠날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한 그 항해를 즐기고 싶다. 어느 신차 광고 슬로건처럼….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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