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가의 전 재산 사회 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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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가의 전 재산 사회 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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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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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은 글로벌 4위의 호텔 체인이다. 콘래드 힐튼(Conrad Hilton, 1887~1979)이 1919년 텍사스에서 룸 40개짜리 호텔을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1946년에 상장주식회사로 전환했고 1949년에 뉴욕의 아스토리아도 사들였다. 1959년에 샌프란시스코공항에 호텔을 열어 공항호텔 콘셉트를 개척했다. 1979년 창업자 콘래드 힐튼이 91세로 타계하자 창업자를 기리기 위해 콘래드호텔 브랜드가 새로 출범했다.

노르웨이계 이민의 2세였던 콘래드 힐튼은 8남매의 둘째였는데 자녀를 넷 두었다. 둘째 아들 배런 힐튼(William Barron Hilton, 1927–2019)이 가업을 승계해 부친에 이어 성공적인 호텔경영자가 되었다. 1996년까지 호텔을 경영했고 그 후 이사회 의장으로 남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첫 번째 남편이었던 장남은 문제가 많았고 알코올 중독의 여파로 일찍 사망했다. 배런 힐튼은 조부와 마찬가지로 8남매를 두었고 2019년에 부친처럼 91세에 타계했다.

콘래드 힐튼은 1944년에 콘래드 힐튼 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별 존재감이 없다가 힐튼의 유언장이 공개되자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힐튼이 유산의 대부분을 재단에 남기고 갔기 때문이다. 부친이 언질도 없이 전 재산을 재단에 남기고 돌아가자 부친을 도와 힐튼호텔 사업을 담당했던 배런 힐튼은 유산은 별론으로 하고 회사 지분 없이 경영권을 승계하게 되어 몹시 당황했던 듯하다. 유언장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 합의가 성립되었는데 재단이 350만 주를 가지고 나머지 600만 주는 배런 힐튼이 설립, 관리하는 재단에 귀속시킨다는 내용이다. 어쨌든 직접 지분의 상속은 없이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28년 후인 2007년에 배런 힐튼은 힐튼재단과 자신의 재단을 합병시키는 형식으로 전 재산의 97%를 재단에 출연했다. 여기에는 자신이 모은 재산도 포함된다. 기금의 규모가 60억 달러로 늘어났다. 재단은 배런 힐튼의 차남 스티븐 힐튼이 관리한다. 재단은 다양한 사회사업을 한다.

힐튼은 이제 힐튼 패밀리와 관계없이 전문경영인들이 경영한다. 2007년 힐튼호텔은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인수되었다. 부채 포함 260억 달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기는 했지만 블랙스톤의 힐튼 인수는 성공작이다. 객실 수가 두 배로 늘어났고 힐튼은 2013년 12월에 두 번째 기업공개를 했다.

1대, 2대 모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기 때문에 배런 힐튼의 4남이자 3세대인 리처드 힐튼은 유복은 했겠지만 의외로 적은 액수의 유산으로 ‘자수성가’했다. 부동산업에서 성공한 사업가다. 언론에 종종 오르내리는 패리스 힐튼과 니키 힐튼은 리처드 힐튼의 장녀, 차녀다. 이 자매의 ‘호텔 상속녀’ 이미지는 가족 이름 때문에 왜곡된 것이다. 이름을 상속받았다는 의미 정도가 될 것이다.

성공한 기업인이 후사가 없어서 전 재산을 재단에 남긴 사례는 엘리 릴리, 존스 홉킨스, 티센크루프 등이다. 다른 대안이 없다. 그러나 힐튼의 창업자와 2세처럼 자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주식 전부를 재단에 남긴 사례는 특이하다. 비슷하게는 보쉬, 존슨앤드존슨의 2세, 메이오 클리닉의 메이오 형제 등이 있다. 이 경우 후대는 창업자의 혈통과 재단의 지배력을 도움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회사를 경영할 수도 있고 경영에 관심이나 재능이 없는 경우 이사회 의장으로만 남기도 한다.

문자 그대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자녀에게는 회사든 재단이든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사례는 빌 게이츠다. 세 자녀에게 각각 1000만 달러씩만 물려주고 나머지인 99.96%의 재산은 모두 재단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게이츠는 1000만 달러는 평생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그 이상은 자녀들이 자신의 인생을 사는데 짐이라고 한다.

국내의 많은 기업인들도 공익재단이나 의료재단을 통해 부의 사회환원을 실천한다. 나아가,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가 끊임없는 논란인 현실에서 재단을 활용하는 지배구조 재편 방안을 연구해 봄직하다. 경영권 우회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작년 말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재단의 의결권은 대폭 제한된다. 재단의 정상적인 활용은 가족경영과 소유와 경영 분리 사이의 절충안인 동시에 기업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해외 사례들이 보여 준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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