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트문트 불패신화 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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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 불패신화 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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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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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지막 기적’앞에 망연자실

  119분간 쉴새 없이 `도이칠란트’를 외치던 관중이 일순간 숨을 멈췄다. 반면 6만5000여명의 틈 속에 파묻혔던 이탈리아 팬들의 환호가 도르트문트 월드컵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독일 관중은 마지막 기적을 바라며 다시 힘을 내 `도이칠란트’를 외쳤다. 하지만 1분. 다시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2006 독일월드컵축구 준결승 독일-이탈리아전이 열린 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도르트문트는 한 편의 극적 드라마가 올려진 무대였다.
 공이 밖으로 나가면 잠시 허리를 굽혀 무릎을 잡고 거친 숨을 내쉬던 두 팀 선수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로 시간이 흘렀을 때, 뜻밖에도 승부가 갈렸다.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승부차기로 승리한 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물을 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던 위르겐 클린스만 독일 대표팀 감독. 하지만 그는 스릴러물의 희생양이 됐다.
 경기 시작 전만 해도, 아니 연장 후반 14분 이탈리아 수비수 파비오 그로소의 결승골이 터지기 전만 해도 독일 팬들은 자국의 결승행을 의심치 않았다.
 킥오프 전 선수들이 입장하면서 양팀 벤치에서 왼편 골문 뒤쪽으로 관중석 전체를 활용한 대형 카드섹션이 펼쳐졌다. 사선으로 검정, 빨강, 황금색 독일 국기가 만들어졌다. 독일 팬들은 스웨덴과 16강전 때도 세 개의 커다란 통천에 각각 자국의 월드컵우승 연도를 의미하는 54, 74. 90이라는 숫자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세리머니를 하는 그림을 담아 카드섹션을 준비했었다.
 역시 도르트문트에서 열렸던 `구원(舊怨)’ 관계의 폴란드와 조별리그 경기 때보다 긴장감이 덜할 정도로 일방적인 응원이 이어졌다.
  주심이 독일의 반칙을 알리는 휘슬을 불 때마다 미리 준비한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꺼내 보이는 팬들도 있었다.  연장전까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계속 0의 행진이 계속돼도 승리를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연장 전반 시작하자마자 이탈리아 알베르토 질라르디노와 잔루카 참브로타의 잇따른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아찔한 순간을 넘긴 뒤라 내심 승부차기를 기대하는 눈치도 보였다. 독일은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전까지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모두 4차례 승부차기를 해 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꿈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산산이 조각났다.
 그로소에게 치명타를 얻어맞은 뒤 1분 만에 다시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에게 추가골까지 내줬고, 경기는 델 피에로의 골 세리머니와 함께 바로 끝이 났다.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14차례의 A매치에서 13승1무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던독일 대표팀의 `도르트문트 불패 신화’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전차군단의 월드컵 4회 우승 도전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주리의 전사’들이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델 피에로에게 달려가는 사이 독일선수들은 넋을 놓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한동안 일어서질못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기쁨에 들떠 경기장을 빠져 나간 뒤로도 독일 선수들은 허탈함에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말을 잃은 채 멍하니 그라운드만 내려다보던 독일관중은 다시 `도이칠란트’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감정에 북받쳐 오른 듯 눈물을 떨구면서도 사력을 다한 선수들을 위해 다시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의 모습도 전광판에잡혔다.
 마지막 남은 기운을 끌어내 독일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돌며 관중에게 답례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자 두 손을 들어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도 본부석에서 끝까지 경기를 지켜본 뒤 아쉬움을 접어두고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철옹성 같던 도르트문트가 무너지던 날. 전차군단이, 독일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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