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동국대학교는 19일 서울 동국대 로터스홀에서 열린 333회 이사회에서 ‘2020년도 법인 중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거론, 주문됐다.
이날 이사회 감사인 원명스님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학제를 개편해야 한다”며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남 김해나 수도권 등 캠퍼스 이전을 포함한 장기적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명스님은 이같은 제안을 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경주는 인구감소가 이어지고 있고,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상황이라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서 캠퍼스를 운영하는데 예상되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이전설은 이전에도 간간히 흘러나왔지만 공개적으로 그것도 이사회에서 주문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구상과 주문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캠퍼스 이전을 구상하고 주문한다면 이는 경주 캠퍼스 설립이념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요, 전 불교계 원로들이 나서 이를 적극 저지해야 옳다.
경주 캠퍼스는 경주가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을 뿐 아니라 불교문화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우리나라 불교의 성지라는 점을 감안해 조성됐다. 그런데 전국적인 현상인 인구감소라는 이유로, 캠퍼스를 활성화 하거나 다른 대안을 마련할 생각은 않고 이전부터 하겠다고 나선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경상북도와 경주시, 인근 포항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수도권이나 경남 김해시등지로 대학이 이전하는 사태가 발생하다면 한마디로 재앙수준의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동국대 재단이 캠퍼스를 이전하겠다는 발상을 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우선 포항과 경주가 행정 통합을 이뤄, 신입생 자원이 풍부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대중교통 통합이나 대학 내 기반시설 확충지원, 지역인재 우선 선발 지원 등 직간접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동국대 재단도 캠퍼스를 옮기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에서 벗어나 인구감소에 따른 신입생 충원이 우려된다면, 경쟁력 있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첨단 인기학과를 개설하는 등 자구노력부터 기우리는 것이 순서다.
그래도 우려를 가시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수도권이나 엉뚱한 김해시 보다는 뚜렷한 4년제 일반대학이 없는 포항과 인접한 안강으로 캠퍼스를 옮기는 것이 더 현명하다. 동국대 재단은 이전 운운하기에 앞서 애초에 경주 캠퍼스를 설립한 사학의 이념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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