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쇳물 쓰지 말라’면 제철소 문 닫으라는 것인가
  • 경북도민일보
‘그 쇳물 쓰지 말라’면 제철소 문 닫으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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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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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 지난해 12월 지역의 모 지역방송이 방송한 다큐멘터리를 두고 말이 많다.

이 방송사는 포스코의 산업재해와 직업병 문제를 고발 프로그램으로 제작, 방영했다. 이후 일부 노동계에서 이슈화 시키면서 후유증이 적잖다.

프로그램 내용을 어떻게 하든, 그건 전적으로 방송사의 권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은 어디까지나 공적인 책임도 함께 부여받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을 전공하고 평생 관련 분야에서 일한 필자가 지켜봤을 때 이번에 방영된 내용은 균형적인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타이틀’에서 부터 앞뒤가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쇳물 쓰지 마라’는 표현은 11년 전 2010년 충남 당진의 한 철강회사에서 숨진 청년근로자를 추모하는 시로, 최근 곡을 부쳐 노래로 만들어졌다. 포항제철소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지역도, 작업환경도 다를 뿐 아니라 사건이 일어난 철강공장은 전기로업체이지만 포항제철소는 고로방식 산업체여서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일이 아닌데, 방송 프로그램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제작했다.

물론 타이틀 제목을 그렇게 단 것은 눈길을 끌기 위한 시도였을 수도 있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내용은 다수의 공감을 받도록 제작했어야 했다. 이번에 이 방송사는 산업재해에 관한 단일 이슈만 다룬 것이 아니라 직업병에서부터 인근 지역 주민의 피해와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원거리 주민들의 민원까지 인터뷰해 끌고 왔다. 첫 방송 나간 후 몇 번을 되돌려봤다.

이미 편성의 방향을 정해놓고 입맛에 맞는 인터뷰만 모아 모자이크를 맞추듯 붙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역 언론으로서 지역의 환경문제와 부당한 산재 처리는 주민의 민원이 있다면 당연히 취재하고 보도해야 하는 것이 언론 고유의 사명이라고 본다. 그러나 방송 전까지 특별히 무슨 문제가 부각된 부분도 없었다. 더욱이 코로나 19로 더 다급한 이슈가 많은 시점에 특별 편성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왜 그랬을까.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작 의도가 여전히 궁금하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포항제철소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물론 협력업체 직원들의 자존심은 무참히 구겨졌다. 보도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면 포항은 무서운 질병과 극심한 환경오염에 쌓인 죽음의 도시로 착각할 수 있으니 시민들의 상심도 클 터다.

철강산업은 업의 특성 상 환경부분 관리에서 완벽함에는 한계가 있다. 포스코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환경 부분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아 왔다.

방송사는 프로그램 방영 후 논란이 일자 오랜 시간 기획하고 취재한 보도물이라고 홍보하고 있다고 한다. 탐사저널리즘은 보도의 불공정성, 선정성, 개인 사생활 침해 등 역기능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폭로와 비판이 순기능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하나, 자칫 의도가 포함된다면 특정 목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되기 쉽다. 그래서 방송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균형 감각을 갖고 제작해야 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산업의 쌀’, 그러니까 모든 산업에 원자재가 되는 철강을 생산하는 기간산업체다. 결코 멈춰서는 안 될 기간산업임은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쇳물 쓰지 마라’고 한다. 역으로 보면 제철소 가동을 중단하고, 종사자와 시민들도 모두 포항을 떠나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필자도 방송사가 그런 의도를 갖고 제작한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방송사에 말하고 싶다. 포항에서 생산하는 쇳물은 우리가 늘상 보는 단순한 그 쇳물이 아니지 않는가. 지금까지 대한민국 경제의 초석이 됐고, 앞으로도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할 역할이 엄청나게 남아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는가. 또 그 오랜 기간 근로자의 땀과 시민의 자존심이 한데 녹아있는 쇳물이기도 함을….

기업의 긍정적인 부분은 널리 알려주고 부정적인 부분은 개선이 되도록 지적해 주는, 어느 한쪽 편이 아닌 모두가 공감하는, 그래서 지역사회가 함께 상생하도록 하는 방송을 기대해 본다. 김헌덕 포항제철소협력사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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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2021-01-27 10:31:18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했고 포항시민의 일원으로 이 방송을 보고 느꼈던 참당함은 오래 기억될 거 같다.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흠결사항일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더라도 너무 편파적이고 악의적이었다는 생각에, 같은 지역에서 상생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해야하는 지역방송의 역할에 대한 공정성과 책임에 대한 기대감은 차치하고서라도 철강도시 포항시민을 대상으로 무책임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뜬금없는 방송의 제작의도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는 생각이다. 그 방송이후 후유증에 대한 고민이 산업의 쌀을 생산하는 제철소를 문 닫아야한다는 결론인지 참 철부지 같다는 생각에 열심히 묵묵히 산업일선에서 오랜세월을 몸담아온 사람으로써 느끼는 비애가 참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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