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진이 특별한 이유
  • 김대욱기자
전유진이 특별한 이유
  • 김대욱기자
  • 승인 2021.02.08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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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이다. 하루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보니 못보던 카세트 테이프가 하나 보였다. 당시 대학생이던 누나가 사 놓은 팝송 테이프였다.

어떤 노래들인가 싶어 들어봤는 데 어린 내게 가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린 시절부터 유행가를 즐겨 듣고 따라 부르던 나였지만 그 노래들은 정말 그 때까지는 느껴보지 못했던 큰 감동을 줬다.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바로 영국이 낳은 불세출의 그룹 ‘비틀즈(Beatles)’였다. 비틀즈의 노래들 중 특히 ‘예스터데이(Yesterday)’는 너무나 서정적이어서 처음 그 노래를 들었던 아련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어여서 가사를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 노래를 부른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의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은 한 동안 내 마음 속 깊이 남아 있었고 멜로디는 계속 귓전을 맴돌았다. 이런 예스터데이가 나만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됐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필자가 20~30대 시절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팝송을 놓고 설문조사를 하면 항상 이 노래가 1위를 차지했다.

그래서 그 때 알았다.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정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이후 지난해 한 여중생의 노래를 듣고 예스터데이를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 한 공중파 방송 트롯 경연 프로그램에서 앳띤 여중생이 ‘엄마의 노래’라는 곡을 부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 여중생의 노래는 엄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노랫말을 내 가슴 깊이 전달하면서 심금을 울렸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도 비틀즈 음악 이후 한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진한 여운이 남았다. 그 노래를 부른 여중생은 전유진이었다. 이후 필자는 그녀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알고 보니 전유진은 내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포항에 살고 있었다. 필자도 사람이다보니 그녀의 노래를 더 좋아하게 됐다.

이런 전유진이 최근 ‘국민 경연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미스트롯2’에서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를 두고 많은 팬들이 항의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전유진은 미스트롯2가 진행한 대국민 응원투표에서 5주 연속 1위 등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필자도 전유진의 탈락이 확정된 방송이 나간 그날 밤 너무 아쉽고 화가나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미스트롯2 무대에서 다시는 전유진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이루 말할수 없었고 어린 그녀가 받았을 좌절감과 상처를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전유진이 왜 떨어졌는지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전유진은 방송이 나간 후 팬들에게 손편지를 써 SNS에 올렸다.

편지 내용은 자신이 탈락한 것보다 팬들이 마음 아파할까봐 그것이 걱정이고, 앞으로 바른 어른으로 자라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 편지를 접하고 다시 한번 놀랐다. 이제 15세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소녀가 어떻게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전유진을 두 번 인터뷰했던 후배 기자가 말했듯 그녀는 정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한 인성을 지녔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런 인성에서 남다른 깊은 감성이 묻어 있는 노래가 나오지 않나 싶기도 했다.

지난해 ‘미스터트롯’ 진(眞)으로 뽑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임영웅이 그러하듯 같은 노래를 불러도 전유진이 부르면 뭔가 다른 것 같다. 이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재능이 아닌가 싶다. 지인들과 얘기해보면 그녀의 노래에 대해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많은 우리 국민들이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오랫동안 가장 좋아하는 팝송으로 선택한 것처럼 전유진의 노래도 사람들로 하여금 공통적으로 뭔가를 느끼게 하는 힘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전유진이 이토록 많은 포항시민들과 국민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앞으로 미스트롯2 무대에서 전유진을 볼 수 없어 많이 아쉽다. 하지만 그녀의 탈락 여부는 이제 큰 의미가 없는 듯 하다. 전유진은 이미 출연자들 중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고 코로나19에 지친 많은 사람들을 깊은 감성을 담은 노래로 위로해줬다. 국민들의 ‘마음 속의 진(眞)’은 아마 전유진일 것이다. 전유진은 틀림 없이 바른 인성을 가진 ‘국민가수’로 성장해 그녀가 손편지에 쓴대로 힘든 삶에 지치고 상처입은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노래’를 들려줄 것이라 확신한다. 김대욱 편집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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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2021-02-11 16:26:20
100% 공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네요.전유진에게 왜 다같이 공감할까요?? 전유진 화이팅 앞으로 좋은노래 부러 주겠지 전유진 어머님. 노래 막지 마시길 인생의 별의 순간은 단 1번 온답니다 그 순간이. 지금. 지금을 놓치면.앞으로 영영 안올수도

임종대 2021-02-10 20:44:19
60중반 성인으로서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유진양을 지켜줄 수 없는 것에 대해 무한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보란듯이 모두로 부터 사랑받는 가수가 되길 기원합니다.

휘야킨토스 2021-02-09 15:03:38
세상 모든 '유진'이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유진아빠-

이동원 2021-02-09 12:54:06
참으로 공감합니다. 문장 또한 아주 매끄럽게 잘 쓰셨네요...감사합니다.

칭구야 2021-02-09 07:53:13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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