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와 ‘新친일파’
  • 모용복선임기자
램지어와 ‘新친일파’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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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자발적 매춘부’ 규정한
램지어 논문 국제적 공분 불러
껍데기는 미국인, 속은 일본인
램지어 지지 국내 극우 인사들
반대 학자에 협박성 메일 발송
스스로 한국인임을 부정한 처사
일본 이익 부합하는 주장 펼쳐
불순한의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세계 도처에 新친일파들 발호

 

모용복 선임기자.
“극우라면 자국을 위하는 것이 우선일텐데, 왜 한국 극우들은 한사코 일본 편을 들까요?”

얼마 전 퇴근길 한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자가 던진 질문이다.

“왜 그럴까?” 나도 의문이 들었다.

극우(極右)는 사전적 정의로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성향. 또는 그 성향을 가진 사람이나 세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자국 이익을 위해 극단적으로 배타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극우는 이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극단적으로 일본 쪽 주장에 동조하거나 오히려 한 발 앞선 주장도 서슴없이 펼친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한국의 극우가 아닌 일본의 극우라고 해야 맞다. 껍데기는 한국인일지 몰라도 속은 철저히 일본인이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미국 하버드대 교수 마크 램지어의 ‘엉터리’ 논문이 국제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제학자인 그가 구태여 한일 간 첨예한 과거사인 위안부 문제를 들쑤셔 한국인들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이유는 뭘까? 그의 이력을 보면 답이 보인다.

일본회사법과 법경제학을 전공한 미국 하버드 로스쿨 교수 존 마크 램지어. 그는 1954년에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지만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서 18살까지 미야자키현에 거주했다. 하버드 로스쿨 졸업 이후 도쿄대학교에서 장학생으로 일본법을 연구했다. 2018년 11월 13일 미국에서 일본 연구 발전과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 증진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일본 정부로부터 욱일장을 수상했다. 그 역시 껍데기는 미국인일지 몰라도 뼛속까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그의 이력이 말해준다.

이번 램지어 사태를 보면 호사카 유지 교수의 저서 ‘신친일파’가 떠오른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계 한국인 정치학자이다. 1956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1988년부터 현해탄을 건너와 2003년 대한민국에 귀화했다. 일본 도쿄대학교 금속공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세종대학교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겸 일본학(정치학) 전공 교수이며 근·현대 한·일관계, 독도 영유권 문제 전문가다.

그는 친한파다. 서른살이 훌쩍 넘어 우리나라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50세가 다 되어 귀화했으니 자발적 친한파라고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가 친한파라고 해서 일본에서 극우로 분류되진 않는다. 왜냐하면 일본 극우들은 철저히 자국 이익과 자국 우선주의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과 180도 다른 점이다.

그는 지난해 ‘반일종족주의’의 허구성을 알리기 위해 ‘신친일파’를 출간했다. ‘반일종족주의’는 한국인이 집필한 책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치욕적이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한국 역사학이나 사회학이 거짓말의 온상이라 주장하면서 위안부 강제연행설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호사카 교수는 이러한 이영훈의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일본 우파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며 다양한 증거자료를 통해 반박하고 있다. 그는 “피해자들의 증언마저 단순한 거짓말로 일축하는 것은 학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어떠한 사실과 맞닥뜨리기 전부터 한쪽에 치우친 선입견을 갖고 있거나, 불순한 목적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불순한 목적은 이번 램지어 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니나 다를까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은 램지어의 공창제 주장이 국제적으로 도마에 오르자 유튜브를 통해 그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램지어 논문에 반대하는 미국 학자들에게 ‘협박성’ 이메일까지 보냈다는 사실이다. 또 이들 극우인사들은 램지어를 지지하는 성명을 하버드대 신문과 논문이 실린 학술지에 보내기도 했다.

한국인이라는 이름표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나. 만일 그들 몸 속에 1%라도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면 그들이 보낸 ‘협박성 이메일’이 향할 곳이 어디인지는 자명하다. 설령 그들이 학자적 양심에 따라 진실로 일본측 주장을 믿는다손 치더라도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옳다. 피해자들을 생각한다면. 그런데 왜 이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을 앞장서 선전하고, 기를 쓰고 엉터리 램지어를 비호하려 들까?

호사카 교수도 “일본인이 저지른 끔찍한 전쟁범죄를 왜 한국인이 대신 나서서 옹호해주고 변호해주는지 그 진의는 알 수 없지만, 동족 여성들이 침략국의 소모품으로 이용당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힘든 세월을 보냈는데 보호해주지는 못할망정 왜 또 괴롭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는 2년 전 한 공영방송에 나와 일본 극우단체가 어떻게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돈과 시간을 이용해 ‘친일파 만들기’를 하는지 체험담을 바탕으로 적나라하게 소개한 바 있다. 이렇게 해서 신친일파가 된 한국인들이 현재 국내에서 SNS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위안부·독도문제에 대해 일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세계 도처에 깔린 수많은 램지어, 일부 한국 극우인사들, 그리고 침묵하는 다수의 지식인들… 그들 뒤에 ‘검은 손’이 어른거린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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