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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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행정통합,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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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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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커져만 가는 수도권-지방 간 아파트 가격 차이, 지방대학의 정원 미달 뉴스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의 위기가 체감할 수 있는 단계로 올라온 느낌이다.

수면에 완전히 떠올라 이제는 외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러다 보니, 전에 없이 과감한 대책들까지도 고려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것 같은 그런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실성이나 가능성을 떠나서, 어떤 정책이라도 일단 논의의 장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는 시기이다.

최근 지역에서 급속히 떠오르는 이슈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다. 말 그대로 대구를 중심으로 경상북도 전체를 하나의 행정권으로 통합하자는 방안이다. 그 취지는 짐작하는 바와 그리 다르지 않다. 각 도시마다 50만, 10만이 무너지면서 장차 소멸을 걱정하는 시기에, 전체 지역을 통합하여 하나의 큰 광역 행정권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논의 자체야 긍정적으로 본다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쉽게 이해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통합으로 인해 생기는 특별광역시, 특별자치도니 하는 명칭도 낯설지만, 그에 따라 발생한다는 새 행정구역 체계가 너무 복잡다단하다. 하나의 도시권 내에 특례시, 일반시, 자치구, 준자치구, 일반구, 군 등등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시민들 중에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찬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건 몰라도, 행정구역이 시민도 이해 못할 정도로 복잡다단하다는 것은 그리 좋은 신호가 아니다.

행정통합의 의도는 크게 보아 두 가지인 것 같다. 첫째는 작게 쪼개진 지역들을 규합해서 수도권과도 경쟁할 만한 특별시급 규모의 행정구역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통합을 통해 높은 수준의 지역 자치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특별시급의 독립적인 행정구역으로 격상될 수 있다니, 일견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을 주는 정책인 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역시 의문점이 적지 않다.

우선, 통합으로 탄생할 특별시급 행정구역이 과연 그에 걸 맞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덩치로만 보면 경북과 대구를 합쳐 500만 급이 되니, 서울·경기 다음가는 도시권역의 탄생이다. 하지만 도시 경쟁력의 본질은 그저 덩치가 큰 데 있지 않다. 이곳저곳을 합쳐 천만 급 행정구역을 만든다고 서울과 같은 도시가 되지는 않는다. 생활권도 다르고 기반시설의 연결도 부족한 지역들을 그저 행정구역으로 묶는다고 긴밀한 도시권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근육도 뼈도 약한데 키만 큰 선수를 농구경기에 투입하는 것과 같다.

키가 아무리 크다 해도 제대로 된 운동능력이 없어 덩크슛을 넣기는커녕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것이다. 인위적으로 규모만 늘려 통합하는 행정권이 바로 이런 모습이 될 수 있다.

행정통합이 지역의 독립성이나 자치권 향상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부분도 논쟁이 될 수 있다. 물론, 통합으로 대구특별자치시장의 권한은 격상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내 각 지역의 자치권이 올라가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과거 중앙정부나 도지사에게 요청하던 것을, 이제는 통합대구시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는 정도의 변화라면 각 지역으로서는 별 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낮은 재정자립도를 생각하면 통합권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역할을 대체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자칫하다간 관련 정치인, 공무원들의 위상만 높여줄 뿐, 지역의 실질적인 위상이나 시민 자치와는 무관한 변화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행정구역 체계가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역사적, 공간적 맥락과 무관하게 나뉜 행정구역이 많고, 시민들의 생활여건과도 다른 경계들이 많다. 생활권이 형성되고 발전하면 이에 맞추어가며 행정구역이 발생하는 선진국의 사례와는 차이가 크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다면 대통합보다는 ‘행정구역 실질화’나 ‘부분적인 통합’이 더 시급한 것이 아닐까 한다. 생활권이 연결되어 있는 지역임에도 행정구역으로 나뉜 지역들, 하나의 자연환경을 공유하는 지역들, 산업과 경제에 있어 협력이 강한 지역들, 이런 지역들을 파악하고 이들이 통합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이러한 실질화 과정 없이 다만 규모만을 키우는 통합이라면 각 지역에 쌓인 문제들을 풀기 보다는 그저 희석해버리는 결과가 될지 모른다.

현대 도시를 만드는 힘은 혁신이다. 그리고 혁신은 결국은 시민들의 사회적, 경제적 활동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 지역을 사회적,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하여 혁신의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이 행정의 임무이다. 그러지 않고 모든 변혁을 행정이 주도하여야 한다는 인식과 관습이 아직 있다면 이는 도시재생,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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