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은 자신의 품격을 떨어트릴 뿐이다
  • 손경호기자
막말은 자신의 품격을 떨어트릴 뿐이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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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막말 병(病)이 도지고 있다.

‘중증 치매환자’, ‘쓰레기’, ‘부산 3기 암환자’ 등 정치권의 막말 논란으로 4월 재·보궐 선거가 혼탁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27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집중유세 현장에서 “쓰레기가 어떤 쓰레기냐, 내곡동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거짓말하는 후보다. 쓰레기냐 아니냐? 거짓말하는 후보는 쓰레기냐 아니냐, 쓰레기다”면서 “4월 7일에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 하셔야 한다”고 한 발언은 최악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쓰레기’로 취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성명을 통해 “막말을 넘어 ‘저주’에 가깝다”며, 즉각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촉구한 이유다. 막말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중증 치매환자”발언도 선을 넘기는 마찬가지다.

오 후보가 “과한 표현을 썼다고 하는데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는가”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야권의 대표적인 인사가 저잣거리 대포집에서나 나올만한 수준의 언어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정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막말 대열에 합류했다. 김 후보는 “우리 부산은 큰 데 3기 암 환자 같은 그런 신세”라며 부산을 암 환자에 비유했다. 부산지역 비하를 넘어 투병 중인 암 환자를 비유적 표현으로 쓴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김 후보 캠프는 앞서 “박(형준) 후보는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조강지처’ 발언으로 이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표현 자체가 여성비하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도 20대를 폄훼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오세훈 후보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의 지지가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해 “20대는 역사적 경험치가 낮아서 그렇다”고 언급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2004년 노인 폄하 발언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당시 정동영 의장은 대학생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실언을 했다.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그분들이 꼭 미래를 결정해 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분들은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라고 말했다가 야당으로부터 ‘노인폄하’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치권 막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0년 4월 총선 당시에도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가 ‘세월호 텐트’ 관련 막말로 정치적 후폭풍에 시달렸다.

‘귀태(鬼胎)’라는 표현도 대표적인 막말로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귀태’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뜻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지금 이 순간 온 국민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귀태’,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귀태 표현은 지난 2013년 민주당 원내대변인이었던 홍익표 의원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사용했던 표현이다. 당시 홍 의원은 국회 브리핑 도중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노부스케의 외손자인 아베 총리”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한 단어가 7년 후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는데 사용된 것이다.

일부 인사는 막말이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남을 저격하는 막말을 하면서 자신이 강해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중·고딩 수준이다. 막말은 그 어떤 이유를 갖다가 붙이더라도 자신의 품격을 떨어트릴 뿐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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