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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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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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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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아 지역경제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이 지쳐가고 있는 참담한 실정에 더해 최근 난데없이 이슈가 되고 있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의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경북지역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묵과할 수 없는 소명과 마주하게 된다.

공론화위원회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행정통합 권역별 토론회를 진행하였지만, 여전히 시·도민들의 무관심은 달라지지 않았고 무언가 손에 잡히지 않는 장밋빛 비전,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갖가지 주장들의 혼재 속에서 대구·경북 시, 도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지 사려 깊은 판단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더욱이 공론화위원회가 공지한 두 달의 숙의 기간이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논의의 과정들에 어떤 문제점은 없는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숙고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그간의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정리하여 이 지면을 빌어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의 명칭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와 관련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공론화 추진위원회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느냐는 주장과 설정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 도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위원회라는 두 가지 주장 사이에서 보다 정확한 팩트는 무엇인가?

공론화위원회의 절차나 운영상의 문제점을 거론하기 이전에 공론화위원회라는 명칭이 이미 왜곡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공론화라는 단어 속의 한자(漢字)인 ‘화(化)’자는 ‘될 화’ 또는 ‘가르칠 화’로 해석하는 것이 사전적 의미에 가깝다. 즉, ‘공론(公論)이 되게 하다’ 또는 ‘공론(公論)이 되도록 가르치다’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목표 설정이 없고 시, 도민들의 여론을 상향식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자가당착은 아닌지, 그런 항변을 하기 이전에 이미 명칭에서부터 오해의 소지를 안고 출발한 것은 아닌지를 먼저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의 절차상의 문제점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라는 이슈의 출발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를 따져 보아도 부정할 수 없는 문제점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행정통합 논의가 상향식 여론 수렴 과정이라고 주장하기 이전에 이 이슈에 대해 대구·경북 시, 도민들의 여론 즉, 아래로부터의 자연발생적인 여론이 있었는지, 행정통합 이슈의 출발이 과연 얼마나 많은 대구·경북 시, 도민들의 자발적인 의견에 의한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 자체를 반대하거나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수많은 시, 도민들의 의견이 있다는 것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시, 도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지 않은 정책 의사 결정은 자유민주주의적 절차에도 위배 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후유증은 명약관화할 것이다.

셋째, 행정통합이 대구·경북 전체에 미치는 문제점은.

애초에 경상북도는 대구시를 도청소재지로 하는 하나의 행정구역이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 속에서 지역 균형 발전과 맞춤형 성장의 필요성에 따라 각 지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특화된 행정 편의를 위해 현재의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로 행정구역을 개편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과거로 되돌리자는 주장은 ‘광역시의 행정과 경북도의 행정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지역 균형 발전과 맞춤형 성장을 악화시킴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오히려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문과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넷째, 행정통합이 경북 북부권 지역에 미치는 문제점.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대구 중심의 경제쏠림 현상, 경북의 인구와 자원이 대구 중심으로 집중되는 블랙홀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며, 경북 북부권 지역은 오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 취지에 따라 경북도청 청사를 이전하고 신도시를 조성한 것이 불과 5년 전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코로나19 시기에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도시 지역에 이주 했던 경북 북부권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으로 신도시 조성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지방자치행정이 이렇게 일관성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공론화위원회는 행정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끝으로 지금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일관성 없는 지방자치행정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성이 필요한 때이고, 따라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행정통합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대구, 경북 지역의 현실에 대한 진단과 전망에 있어서 심도 있는 고민을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심각한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것을 촉구한다.권영길 前 경상북도 복지건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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