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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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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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사람을 파멸로 몰고 가기 위해 사용하는 몇 가지 말이 있다. 첫 번째는 ‘한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유혹의 말이고, 두 번째는 ‘이 정도는 괜찮아’라며 잘못된 행위를 속이거나 감추는 말이다. 세 번째는 ‘다음에 잘하면 돼’라며 무슨 일이든지 뒤로 미루게 하는 말이며, 네 번째는 ‘될 대로 되라’는 체념의 말이다. 이 네 가지의 해악적인 문장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머릿속에서 항상 맴도는 말이기도 하다.

세 번째와 네 번째의 쉽게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는 습관은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할 문제로서 당장은 드러나지 않지만 인생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그런데 첫 번째와 두 번째인 ‘한번쯤은 괜찮겠지’라거나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생각은 삶을 즉시 파국으로 치닫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뉴스나 주변에서 한 순간의 실수로 인생전체의 판도가 바뀌거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 사람들을 자주 접한다. 돌발적인 폭력행사, 충동적 욕구에 의한 성추행, 안일한 윤리의식에 따른 탈선, 탐욕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비리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이유들로 추락한 인생들을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

이뿐만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게 수렁에 빠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분노로 화가 폭발하려는 순간, 급박한 상황에 어쩔 줄 몰라 당황되는 순간, 뿌리치기 어려운 달콤한 유혹의 순간, 충격적인 일에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멘붕의 순간, 바로 그런 순간,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 하에서 감정에 지배당하거나 주위상황에 휘둘리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그럼 얽히고 어수선하여 갈피를 잡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논리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우리 인생을 온전하게 지켜줄 것인가. 훌륭한 자손들이 많은 집안에 좋은 가훈이 있듯 우리 또한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금언이나 진리를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

휴대폰만으로도 무엇이든 찾아볼 수 있는 정보화시대에 좋은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아니던가. 하지만 사람들은 너무 이기적이다. 삶의 지표가 될 보물을 너무 쉽게 가지려 한다. 좋은 글이나 명언들을 눈으로 스윽 스쳐 읽고서는 ‘음.. 좋은 말이야’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몇 시간, 길어야 하루쯤 머릿속에 머물 것이다.

그렇지만 정말 줄곧 마음속에 지니고 싶다면 흔들릴 때마다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 주는 버팀목이 되게 하고 싶다면 머리로만 알게 아니라 마음에 달라붙도록 자꾸 되새겨 의식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완전한 자신의 것이 된다.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떼고 바로 걷기까지 1000번 이상 넘어진다. 복싱선수가 상대선수와 난타전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휘두르는 주먹이 바른 각도와 바른 자세로 휘둘러지려면 수천 번의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여 몸에 배게 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하면 뇌는 내면에 깊숙이 뿌리내려 의식화된 방법으로 가장 먼저 대응한다. 그러므로 좋은 글이나 진리들을 되새겨 익숙하고 친숙한 의식으로 자리 잡아야만 어떤 상황에서도 바른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나는 선택을 잘못하여 삶이 망가졌다는 사람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과오는 맞닥뜨린 상황에서 선택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처신을 잘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인에게 적용되는 공통점 두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을 능숙하게 잘하는 사람은 반복적인 연습 때문이고, 인생을 순탄하게 잘 살아내는 사람들의 특징은 좋은 말이나 금언을 가슴에 품고 되새겨 반사적으로 삶에 적용한다는 점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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