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보수, 2021년 강제로 변화 당하다
  • 손경호기자
‘꼰대’ 보수, 2021년 강제로 변화 당하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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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변혁이 일어났다. 100석이 넘는 원내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36살 청년 이준석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당대표 경선에서 도합 18선의 중진 4명을 가볍게 제치고, 제1야당의 당수자리를 거머쥐었다. ‘0선’ 청년 정치인 이준석이 산전수전 다 겪은 중진 정치인들을 모두 따돌리고, 당대표에 선출되는 이변이 연출된 것이다.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김웅·김은혜·윤영석 국회의원까지 포함하면 23선을 물리치며 대한민국 정당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준석 현상’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돌풍’, ‘세대 교체’ 등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앞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수석대변인에 초선의 황보승희 의원이 임명되는 등 벌써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다만 이준석 대표는 황교안 전 대표의 인사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에 따른 패장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정치권에서 물러났다. 그는 21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사무총장에 초선의 박완수 의원, 전략기획부총장에 초선인 송언석 의원을 임명했다.

총선을 4개월을 앞두고 단행된 초선 사무총장 카드는 정치적으로 절대 수긍할 수 없는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송 의원의 경우 2018년 6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 국회의원 등원 1년 반 만에 전략기획부총장에 임명됐다. 총선을 치르는 전략기획부총장 자리가 있으나 마나 한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 같은 인사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인사를 해놓고 총선에서 이기길 바랬다면 허공에 총을 쏘아 놓고 날아가는 새가 맞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역대 최악의 총선 패배는 공천관리위원회의 ‘막장 공천’, ‘돌려막기 공천’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도 무시할 수 없었겠지만,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로 공관위를 견제하지 못한 것도 초선 사무총장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1년여 전 한 칼럼을 통해 이준석 비대위원장 카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을 빼앗긴 뒤 대선(2017), 지방선거(2018), 21대 총선(2020)까지 4연패(連敗)를 당하며 패배의 수렁에 빠져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키려고 하던 때였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당시 비대위에 원외(院外) 3040세대 2~3명 영입 및 초·재선 위주로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때 당시 3040세대를 비대위원으로 구성해 병풍처럼 사용한다면 젊은세대에게 아무리 구애를 해봐야 ‘도로아미타불’일 뿐이라고 지적했던 기억이 난다. 차라리 국민들에게는 젊은 비대위원보다는 3040 비대위원장이 출현하는 게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준석 최고위원 등 3040세대에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국민들에게는 더 파격적이고, 혁신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조언했다.

전대에서 청년 최고위원을 한 명 선출하는 것보다 이준석 대표 선출이 갖는 의미가 더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준석 당대표 당선은 중진정치인들에게 퇴출 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중진들의 모습은 중진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준석 후보를 비방하는 비방문자가 돈 것은 물론 일부 중진 정치인들이 ‘경험 부족’, ‘유승민계’ 등 네거티브로 일관했지만 참패를 당하면서 결과와 과정 모두 패배했기 때문이다.

변화에 지지부진했던 ‘꼰대’ 보수세력은 2021년 당원과 국민에 의해 강제로 변화를 당했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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