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부자 간에도 나눌 수 없다
  • 손경호기자
권력은 부자 간에도 나눌 수 없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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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8~30일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진행하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8월부터 대선열차를 출발시킬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당내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 등 야권은 민주당보다 상황이 복잡하게 흐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낮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외부인사들을 도외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3인방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원샷경선’을 치르는 것이지만, 이는 국민의힘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국민의힘 내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어 이준석 대표의 대선 경선버스 8월 출발론 자체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힘으로서는 야권 대선주자들에 대한 문제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특히 윤석열 전 총장의 X파일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옹호에 나서기도 그렇고, 공격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홍준표 국회의원이 비판적 목소리를 낼 뿐 당내에서는 별 반응이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입장에서는 성급하게 국민의힘 입당을 추진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군들이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집중공격을 펼치는 것처럼 윤 전 총장도 입당하는 순간 당내 경선후보들의 표적이 될 것은 자명하다.

또한, 윤 전 총장 등 반문연대 3인방이 입당하면 국민의힘 차원에서는 그냥 잡은 물고기가 될 뿐이다. 훌륭한 인재들이 입당했으니 당에서 보호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誤算)이다. 권력은 부자 간에도 나눌 수 없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사례처럼 이명박-박근혜 캠프는 자기들끼리의 권력투쟁으로 보수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물론 정치적 조직이 없는 윤 전 총장이 여권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힘에 입당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불거진 X파일 논란에 혼자 대응하기보다 조직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선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윤 전 총장을 향한 각종 네거티브 공세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쏟아질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반문연대 3인방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이들이 경선의 희생양이 되는 게 선거 전략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아이러니다. 지지율 1등인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 게 감동적인지, 지지율이 바닥인 후보가 윤 전 총장을 경선에서 이기는게 더 감동적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윗과 골리앗 중 누가 이기는 게 더 감동적인가.

이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나경원·안철수에 비해 약체였던 오세훈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이기며 파란을 일으키고,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는 안철수 대표에게 마저 대역전 드라마를 쓰면서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따라서 윤 전 총장의 입장에서는 성급한 입당보다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대선을 준비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어차피 야권 후보단일화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고 나면 윤석열 등 야권 주자들과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물론 혈혈단신 맨몸으로 입당해 ‘원샷경선’으로 대선후보 자리를 꿰찰 수도 있고, 경선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제3지대에 머물며 몸집 부풀리기에 성공할 수도 있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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