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그룹 거북이`오방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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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그룹 거북이`오방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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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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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새 음반서`뽕’멜로디 댄스 음악 선보여

 
 
 3인조 혼성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38)이 서울 논현동에 부기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열었다. 한쪽 방엔 두 평짜리 조립식 이동 녹음실이 꽉 들어찼다. 바로 그곳이 `빙고’ `비행기’ 등 거북이의 히트곡이 태어난 자궁이다.
 사무실을 오픈하며 데뷔 시절부터 먹고 잔 조립식 녹음실을 폐기 처분하기엔 묻어난 세월이 애틋했다. 숙소 시절, 추운 날엔 멤버들과 이곳에서 이불 펴고 수다를 떨었고 더운 날엔 유일하게 에어컨이 있는 공간이라 좋았다.
 새 음반인 5집 `오방 간다’ 역시 전작들과 한 뱃속에서 태어났다. 인트로곡 `오방 간다’부터 타이틀곡 `싱랄라’를 거쳐 `그러길 바래’까지 `뽕’ 멜로디의 댄스 음악은 어깨와 목을 가만두게 하지 않는다.
 댄스그룹으론 이례적으로 싱어송라이터 그룹인 거북이는 저음인 터틀맨의 고급스런 랩에 금비(26)의 통통 튀는 보컬, 지이(28)의 맛깔스런 랩이 믹싱돼 음색으론 최적의 조합이 됐다.
 “3년도 채 안된다는 댄스 그룹의 평균 수명은 넘겼다”며 “과거 5집 가수를 보면 대단했지만 대단히 무서운 위치란 걸 알았다”고 말하는 세 멤버를 만났다. 이들은 “한쪽 손가락을 채웠으니 이제 다시 첫걸음”이라며 초심을 강조했다.
 ◇쿨ㆍ코요태와 다르다
 
거북이는 비슷한 멤버 조합인 3인조 혼성그룹 쿨, 코요태 등과 곧잘 비교된다. 그러나 조목조목 뜯어보면 이들과 라이벌로 짝짓기엔 간극이 있다.
 팀의 태생부터 다르다. 보통 기획사가 멤버들을 캐스팅해 그룹을 조합한다. 그러나 거북이는 크라잉넛, 노브레인처럼 자생적으로 팀을 결성해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거친 후 음반 내줄 기획사와 손잡았다. 지금껏 원년 멤버를 유지한 점도 높이 살만하다.
 또 댄스그룹은 히트 작곡가의 곡을 받아 노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거북이는 전곡을 자급자족하는 싱어송라이터 팀. 터틀맨이 작사ㆍ작곡ㆍ편곡을 하고 지이는 랩메이킹을 한다.
 가사의 메시지도 차이가 있다. 사랑과 이별이 아닌 학교에서 배운 것, 살면서 느낀 걸 담는다. `보고 싶어요, 돌아와요~’라며 애절한 가사를 웃고 춤추며 노래하는 건 모순이란 생각. `터질 것만 같은 행복한 기분으로~’(`빙고’ 中)라며 정말 행복한 기분으로 춤춰야 한다는 지론이다.
 ◇뚝뚝 삶이 묻어난다
 거북이는 간접경험, 혹은 픽션(Fiction)은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이들의 노래 중 사랑 얘기가 적은 것도 절실한 경험이 없으니 진실하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 그래서 이들의 노래는 삶을 얘기하고 대중적인 호응을 얻는다.
 `싱랄라’는 `랄라라 즐겁게 노래하자’는 의미의 조합어. “즐겁고 신나면 되지 겉치레는 필요 없다는 내용이에요. 잘하는 척, 어려운 척해서 뭐하냐, 우린 재미있으니까 노래한다는 거죠.”
 `깎아주세요’는 가게에서 물건값을 깎던 경험, `안녕 푸치’는 터틀맨이 데뷔 전부터 키웠던 애완견의 갑작스런 죽음을 소재로 해 진한 슬픔이 담겨 있다.
 데뷔 시절 `양아치’ 매니저를 보며 떠오른 곡 `인간이 되라’도 인상적이다. “당시 매니저가 `가수는 잘되려면 문밖에서부터 연기를 해야 한다’고 했죠. 일부는 그렇게도 하지만. 이런 얘기가 웃기고 유치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거북이가 사람한테 `인간이 되라’고 훈계하는 얘기죠. 그러나 우리가 남들에게 `디스(Diss:disrespect의 줄임말로 누군가를 모욕한다는 뜻이며 래퍼들이 다른 래퍼를 비방할 때 주로 쓰인다)’거는 팀은 아닙니다. 우리 주제를 알자는 뜻도 됩니다. 하하.” 이들의 가사엔 유독 `강자에 겁먹지 말고 약자를 비웃지 말라’는 얘기가 많다. 이건 삶의 철학이다.
 ◇소송 거치며 단단해졌다
 거북이의 신나는 음악 뒤엔 전 소속사와의 소송으로 인한 힘겨움이 있었다. 터틀맨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질 즈음, 계약 위반이라며 5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해 방송 출연료, 자동차, 집 등에 가압류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지난해 10월에서야 4억 원을 물어주고 합의했다.
 “`비행기’로 활동할 때였는데 무대에서 즐겁게 노래한 후 집에 돌아오면 가압류통지가 와 있었죠. 눈물이 날 때가 많았어요. 지금은 무척 행복해요. 은행 거래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터틀맨)
 이 과정을 거치며 멤버들의 결속력은 견고해졌다. 지이는 “오빠가 우는 걸 너무 많이 봤다”며 “우울증이 와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책임감 강한 오빠가 혼자 해결하려는 모습에 미안하고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언젠가 한 선배가 가수는 언제나 무대에서 조연 혹은 엑스트라가 아닌 주연이란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에게 할당된 무대에선 늘 주연이죠. 공연하는 3~4분이 영화 한 편인 겁니다. 상처받은 영혼, 착한 친구들끼리 모여 사무실을 오픈했으니 정말 열심히 노래할 거예요.”(멤버들)
 터틀맨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을 닦고 있는 `제2의 거북이’들이 무척 많다”며 “이런 후배들을 영입해 하나 둘, 대중에게 선보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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