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도 나선 언론중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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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도 나선 언론중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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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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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정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전달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권력의 감시와 견제라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진부한 말은 접어두고 언론의 역할에 대해 일반 국민의 시각으로 쉽게 접근해보자.

국민은 정보 대부분을 뉴스나 신문 매체를 통해 습득한다. 어떤 정치인이 비리를 저질렀다거나 다른 도시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든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든지, 북한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든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 대한 폭로라든지,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등의 숱한 정보들은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게 된다. 이와 반대로 언론이 없다면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권력자들이 어떻게 나라를 운영하고 무슨 짓을 하는지, 지구촌과 이 나라 방방곡곡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되고 여론도 형성할 수 없다. 그야말로 국민은 깜깜 이 속에 살아가게 된다.

언론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뿌리이자 이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들이 이를 증명한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1987년 대공분실 수사관들에게 끌려가 물고문을 받던 대학생이 사망했고 경찰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다음날 시신을 화장하려 했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간부가 “경찰, 이제 일 났어”라며 무심코 내뱉은 말을 스쳐 들은 중앙일보 기자의 의혹 보도로 진실이 밝혀지고 국민의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나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노태우는 수습을 위해 대통령 직선제로 개헌을 발표하였고 이는 민주주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이 사건을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필시 그대로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화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 독재정권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세계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특별하다.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불과 70여 년 만에 경제발전을 이루어 선진국 반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운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요즘 여당이 발의한 언론중재법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핵심 쟁점은 가짜뉴스로 인한 손해액의 최대 5배의 징벌적 배상과 더불어 여러 가지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조항과 내부고발자의 취재원도 공개하여야 한다는 등의 내용들이다. 이 법안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고 정당한 보도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며 야당을 비롯한 언론계와 학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세계 여러 언론단체, 기자협회까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급기야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이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언론중재법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정부의 공식 입장을 요청하는 서한까지 보내왔다고 하니 왠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실 언론중재법이 태동하게 된 계기는 조국 사태 때문이다. 당시에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자마자 부인인 정경심 교수와 딸에 관련된 각종 의혹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곧이어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촛불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맞았고 광화문 광장에는 수십만의 인파가 모여 정권 타도를 외쳤다. 이를 지켜보던 여권 인사들은 조국 사태와 관련된 보도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언론사들이 얼마나 미웠을까. 그리고 앞으로 있을 대선과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에 흘러나올 여러 가지 의혹이나 추정보도를 대비해서라도 언론의 입을 틀어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완벽한 제도나 시스템은 없다. 반드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고, 작용과 반작용이 있으며,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한다. 다만 합리적이고 더 장점이 많은 제도와 시스템을 선택하여 체제를 유지하고 운용한다. 언론도 예외일 순 없다. 오보나 왜곡 보도로 피해자도 발생한다. 그러나 속보성을 중시하는 언론의 단점을 침소봉대하여 비판과 감시기능을 약화시킨다면 결국 국민의 알권리가 제약받거나 침해된다. 그리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이 아무리 미워도 자유민주주의 순기능을 파괴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정권이 바뀌면 부메랑이 될 테니까 말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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