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만드는 성격
  • 경북도민일보
운명을 만드는 성격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1.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철우 칼럼
(1)인도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고양이가 너무 무서워 바깥출입조차 하지 못하는 생쥐가 있었다. 이를 불쌍히 여긴 마법사가 생쥐를 고양이로 만들어 주었다. 고양이가 된 생쥐는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다가 사납게 짖으며 쫓아오는 큰 개를 만났다. 간신히 도망치긴 했지만, 그때부터 개가 무서워 구석진 곳에 숨어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마법사는 다시 한번 아량을 베풀어 생쥐를 개로 둔갑시켜 주었다. 이젠 정말 무서울 게 없다며 콧노래를 부르던 생쥐가 사자를 만나 또 무서워하자 마법사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생쥐를 사자로 만들어 주었다. 어느 날 숲속을 거닐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냥꾼을 만난 생쥐는 이번엔 사냥꾼을 무서워했다. 마법사는 한숨을 쉬며 사자를 생쥐로 되돌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해주든지 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구나. 네가 생쥐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 한 말이다.”

(2)나는 갈망했다. “타다만 촛불이 되지 않기를. 삶을 완전히 태워 재가 되어 바람에 훨훨 날려 가기를. 후회 없이 살았다. 라는 말을 죽을 때가 되어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몇 년 전에 했던 실수를 반복하고, 몇 년 전의 삶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밀려드는 자괴감에 서까래 무너지듯 또 주저앉는다.

이제 그만 가면을 벗고 나 자신에게 정직해져야 했다. 객관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으로 냉철하게 나 자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은 자기가 쓰고 있는 모자 밑이라 했듯, 어쩌면 내가 나를 가장 잘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를 헤집어봐야 했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남은 인생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살아갈 테니까.

지금까지 삶을 지배해온 것이 무엇이었을까. 태어난 연도와 일시에 따라 정해진 ‘운명’이라는 초인간적인 힘에 끌려 살아온 것일까. 아무리 되짚어봐도 내 삶의 대부분을 만들어온 건 운명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운명을 전혀 부정하지는 않는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 요인들이 많은 세상이니까.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뜻과 상관없이 삶이 파괴되거나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큰 사건들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던가. 거의 없었다. 그저 내가 가진 됨됨이로 살아온 것뿐이었다. 그럼 삶의 대부분을 지배했던 나머지 요소는 무엇이었는가. 그건 바로 ‘성격’이었다.

삶은 자신의 성격대로 살아지고 살아간다. 모난 성격은 모난 삶을, 둥글둥글한 성격은 둥근 삶을 산다. 급하고 다혈질인 사람은 다툼이 잦고, 조급한 사람은 늘 불안하고 초조하며 실수가 많다. 의지가 박약하고 소심한 사람은 큰일을 하지 못하고, 고집이 세고 독선과 아집이 강한 사람은 더불어 살지 못한다. 성격이 포악한 사람은 풍파가 끊이지 않고, 비관적인 사람은 무엇이든 부정적으로 바라보기에 결코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없다.

성격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첫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적 기질이다. 내성적이거나 외향적, 개방적인 성격, 급한 성격, 느긋한 성격 등은 모두 생득적으로 부여받는다. 두 번째는 태어나서 3, 4년간 부모나 양육자의 영향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된다. 유아기의 뇌는 굳지 않은 시멘트다. 그래서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흔적이 생긴다. 그리고 굳어버리면 지워지지 않는다. 이 시기에 각인된 흔적은 평생 삶에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는 나이 들면서 습관이나 경험을 통해 형성되거나,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거나 충격적인 일을 겪으며 만들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 성격을 고칠 수 있는가이다. 심리학자들도 타고난 성격을 고칠 수 있다. 없다. 로 나누어져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잘못되거나 부족한 점을 의식적인 노력으로 갈고닦아 향상하거나,? 조절하고 제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몇 년 전 또는 몇 개월 전 했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머리를 쥐어박으며 후회해놓고 여전히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왜 그럴까. 가장 주요한 원인은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정하지 않으면 개선의 여지도 없다. 자연 만물이 그러하듯 이 세상은 받아들여야 새로운 것이 잉태된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아도 낙심할 때가 많을 것이다.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 자신에 대해 수없이 실망하고 좌절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절대로 단번에 고쳐지지 않는다. 자책과 후회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성공하는 길은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라 생각했다. 더 많은 지식, 더 많은 자격증, 더 향상된 실력, 더 많은 저축만이 나를 그리던 삶에 이르게 해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아 ~ 착각이었다. 도서관의 책들을 통째로 외우고 수백 개의 자격증을 취득한다 해도. 눈을 감은 채 밤하늘의 별을 헤아린다 해도.. 그에 걸맞은 품성이 겸비되지 않으면 높은 지위에 오를 수도 없고, 성공을 쟁취하지도 못하며, 행복한 삶을 누릴 수도 없는 것이었다. 성격이 운명을 만들고 운명은 내 마음속에서 성장하는 것이기에.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