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인간, 3만4000년간 이어진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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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인간, 3만4000년간 이어진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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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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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들은 반려견이 죽는 펫 로스(pet loss)가 배우자를 잃는 충격 못지않다고 진단한다. 반려견과 이별한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극도의 상실감에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경우다. 주변에도 절대 개를 키우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동물은 집안에 들이는 순간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정이 든 동물과 헤어져야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다른 하나는 다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가 슬픔을 잊으려 다른 개를 입양해 사랑을 쏟는 경우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라는 하림의 노래처럼 ‘펫 로스’는 ‘펫 게인’(pet gain)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개를 길들인 기간은 3만4000년이 넘는다. 개 다음으로 ‘인간의 친구’ 자리를 차지한 고양이를 인간이 길들인 것은 9500년 전이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며 혈거(穴居) 생활을 할 때 일단의 늑대 무리가 인간 주변을 맴돈다. 그 늑대들 중 일부가 인간이 던져준 먹다 남은 음식물을 먹게 되면서 인간과 동물이라는 서로 다른 우주의 위대한 만남이 시작된다. 인간이 먹는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위(胃)를 가진 늑대는 생물학적으로 공존에 유리했다. 공존은 확실히 모두에게 이득이었다.

개는 수렵 생활의 확실한 도우미였다. 개는 인간의 생존에 기여하는 대가로 먹이와 따뜻한 잠자리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았다. 이것은 야생으로 있는 것보다 종족 번식에 결정적으로 유리했다.

장구한 세월 개의 용도는 철저하게 ‘일하는 개’였다. 소와 말이 귀하던 중세 시대에 개들은 집안에서 소와 말을 대신했다. 가내 수공업에서 힘을 쓰는 온갖 역할을 개들이 도맡았다. 그러다 개가 죽으면 인간은 개고기를 먹었다. 19세기까지 모든 문명권에서 개고기 식용은 일반화되었다. 19세기 이후 기계문명의 발달은 개들이 ‘밥값’을 할 공간을 없애 버렸다.

개가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개에서 애완(愛玩)의 대상으로 신분이 상승되면서 인간은 작고 사랑스러운 견종을 선호하게 되었다. 수많은 세월, 믹스(혼합)에 믹스를 더해 다양한 견종이 탄생했다. 인간은 기호에 따라 다양한 견종을 원했다. 더 작고, 더 귀엽고, 더 순하고···.

그런 가운데서도 특수 목적용 개들은 여전히 자기 위치를 지켜냈다. 양치기개, 사냥개, 사역견이다. 양치기개의 대명사는 보더 콜리. 오죽하면 뉴질랜드의 양모 산업은 보더 콜리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말이 나왔을까. 사냥꾼은 사냥개 없이는 사냥을 나가지 못한다. 저먼 포인터와 잉글리시 포인터가 사냥개의 명성을 유지하는 중이다. 경찰견, 군용견, 수색견은 사역견으로 분류된다.

개의 수명은 대체로 체구에 반비례한다. 경찰견과 군용견으로 사용되는 저먼 셰퍼드 같은 덩치가 큰 견종은 영특하지만 신진대사가 빨라 수명이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개로부터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고 말한다. 산모가 수유할 때 애착감을 느끼는 것은 젖을 물릴 때 옥시토신(Oxytocin)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인간과 개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를 껴안거나 개가 혓바닥으로 얼굴을 핥아줄 때 인체는 옥시토신 호르몬을 분비한다.

개의 후각세포는 인간보다 500만개나 더 많다고 한다. 특별한 후각능력을 가진 개가 인간의 목숨을 구했거나 우정을 나눈 사례는 일일이 다 헤아릴 수도 없다. 실종자를 찾는 데 동원되는 수색견은 블러드하운드(blood-hound). 실종자의 옷 냄새만 맡고도 산속에 암매장된 시신을 찾아내는 게 블러드하운드다. 우리는 시각장애인들이 안내견의 도움을 받으며 거리를 걷는 것을 종종 본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조성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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