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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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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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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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댓글조작으로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후 김경수 경남지사는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사건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되자 그는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가 벽에 막혔다.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무엇이 진실인지 그 최종적인 판단은 이제 국민의 몫으로 넘겨드려야 될 것 같다“고 심경을 쏟아냈다.

그러자 여권에서 “대법원이 눈감은 진실이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하면서 6년 전 한명숙 전 총리가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자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나는 무죄다”라고 한 말을 소환했다.

최근 한 총리는 자서전을 내고 또 “난 결백하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외치고 있다. 딴 사람들은 모두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유무죄를 재판받는데 이 사람들은 유죄가 확정되기만 하면 어찌해 무죄임을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재판하기를 요구하는가?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한 경우 국회가 공소장을 요구하면 국회의 증언감정법에 따라 법무부는 국회에 보내야 한다. 국회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공소장을 요구하자 대검으로부터 공소장을 넘겨받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공소장이 국회로 가는 것을 막았다.

국민의힘당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어서 보내 달라고 하자 추 장관은 “국민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고 했다. 어찌해 머슴인 장관은 먼저 알아야 하고 주인인 국민은 나중에 알아도 된단 말인가?

청와대 모 비서관에게 검찰이 출석 요구하는 전화를 했으나 불통이고 우편을 통한 세 번의 출석요구도 거부당하고 결국 출석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검찰이 조사 없이 확보된 증거만으로 그 비서관을 기소했더니 그는 “검찰이 기소 쿠데타했다”고 비난했다.

딴 건으로 또 기소되자 그는 “조용한가 싶더니 기어이 또 튀어나와 사고치네”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면 보통사람들은 영장에 의해서 강제 체포된다.만약 문을 안에서 잠그고 열어주지 않기라도 하면 무섭게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 체포해 간다는 사실을 법조인 출신인 그가 몰라서 하는 말인가?

대장동 사태에 민변과 참여연대는 “공공의 탈을 쓰고 민간이익을 극대화한 것이 대장동 사태의 핵심”이라고 하고 윤석열 국민의 힘 예비 대선후보는 “공권력이 국민재산을 약탈한 것이 대장동사태의 본질”이라고 뼈아프게 찔렀다. 성남시에서 부하 공직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데도 어찌해 시민을 배반하는 행위가 감행되었는가?

국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나라 백신 도입이 늦은 이유를 “다른 나라는 방역조치가 엄격하지 않았고 국민들이 협조를 잘 하지 않아 본격적인 백신 구입에 들어간 것이고 반면 우리는 엄격한 방역관리에도 국민들이 잘 따라주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신속한 백신도입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대신 ‘말 잘 듣는 국민’이라고 해서 과도하게 국민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어도 된다는 말인가?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를 수사하고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 검찰쿠데타라고 하면서 조국과 권력과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비리를 옹호하고 한 몸으로 검찰수사를 겁박해 방해하면서 검찰이 한 가족을 무간지옥에라도 빠뜨린 양 선동했다.

그러나 조국 일가에 대해서 남들 다 하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손도 대지 않았고 시험부정의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는 고등학생인데도 기소됐지만 조국 딸은 대학원생인데도 기소하지 않았다.

게다가 융동학원비리 수사 때는 이사장인 조국 장관의 모친은 고령을 이유로 아예 수사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강성 친문 지지자들과 권력은 어찌해 한 마디 언급조차 없는가?

울산시장선거에 청와대가 공작한 혐의로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려다 실패했다. 두 번씩이나 청와대가 거부해서다. 반대 편 국민에게는 증거가 모두 확보된 그것도 단지 명예훼손 혐의인데도 문을 강제로 부수고 들어가 수색하면서 어찌해 청와대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까지도 그 집행을 방해한단 말인가?

김학의 전 법무차관을 다시 조사하라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인천공항에서 피의자도 아닌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을 권력이 불법으로 막았다.

또한 2년 6개월 더 가동해도 된다고 월성원전1호기 경제성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에게 장관이 겁박해 ‘즉시 가동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대통령이 가동 중단을 원하면 장관이 아래 공직자에게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케 지시해도 된다는 것인가?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을 경찰은 입건도 하지 않은 채 검찰에 보고도 하지 않고 내사종결로 사건을 끝냈다. 이 차관이 권력에서 멀리 떨어진 자였어도 또 특가법위반으로 실형이 예상됨에도 단순폭행으로 처리해 부실수사 조작수사로 사건을 덮어줬을 것인가?

더군다나 112신고 녹취파일 제출해 달라는 야당 의원의 요구에 경찰은 이용구 개인의 사생활침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같은 범죄라도 권력 가까이 있는 이가 저지를 땐 사생활이 되는 건가?

고등검사장을 검사장이 맡는 자리로 ‘강등인사’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모욕을 줘 사표를 강요하는 검찰인사가 어찌해 ‘탄력인사’가 되며 검찰 역사상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검사장 인사적체’라는 이해 못할 말을 만들어 내고 고위직 검사를 12 자리나 물러나게 하는 인사가 이 나라 법무장관의 인사 행태다.

탄력인사니 검사장 인사 적체니 하는 말로 아무리 명분을 만든다 해도 그건 ‘말 잘 듣는 검사 옆에 두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삼척동자라도 할 것이다.

육도(六韜) 문도 편에 “미워하던 사람이라도 공을 세우면 상을 내리고, 평소에 아끼던 사람도 죄를 지으면 벌을 내려야 한다”고 해 당연한 상식을 적고 있다.

하물며 일 잘하고 능력 있는 검사라도 밉다는 이유로 좌천이나 한직에 보내고 일 못 하는 검사라도 내 편에 이쁘다는 이유로 승진시키고 요직에 앉히면 신뢰받는 국민중심의 공정한 검찰이 되는가?

지난 4·15총선과 4·7재보궐선거에서 ‘민생파탄’, ‘위선무능’, ‘내로남불’, ‘거짓말 아윳’이라는 구호가 현수막에서 지워졌다. 특정인이나 특정정당을 떠올리는 구호라는 이유로 중앙선관위가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럼 “민주야 고맙다”라는 구호는 어찌해 사용을 금지하지 않았는가?

법 위에 있으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강물이 강을 따라 흐르지 않고 만약 범람한다면 강가의 민가를 덮치고 사람을 해치게 된다. 지금 법 위의 사람들은 범람한 강물과 같다. 욕망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발현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법 아래의 사람들인 국민에게 돌아간다.

법은 칼과 저울과 나란히 있어야 한다. 칼이 없는 법은 처벌이 불가능하고 저울이 없는 법은 마구 칼을 휘두르게 된다. 지금 법 위의 사람들에게는 칼이 없고 법 아래의 국민들에게는 저울이 없다.

권력이라고 해 법 위에 있지 않다. 400년 전 영국 보통법 판사 코크(Coke)는 법의 혹정으로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려는 제임스 1세에게 “짐은 누구의 아래에도 있지 않지만 신(神)과 법 아래 있다”고 감히 국왕을 대성일갈했다.

작금 한국에서 코크 메시지는 ‘살아 있는 권력도 마땅히 법 아래로 내려 와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가 된다. 법은 종생불변은 아니지만 그 적용에는 빈부도 지위도 진영도 이념도 네 편도 내 편도 없는 만인동일이라야 하기 때문이다. 전정주 경북로스쿨 교수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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