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이사회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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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이사회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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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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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다. 지금도 대기업들은 사외이사들이 다수인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한다. 그러나 명실상부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개 오너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이사회에 들어 있어서다. 투명성이 강화된 오너경영인 셈이다.

이사회 경영은 ESG 경영의 핵심이다. 친환경 경영(E)은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고 사회적 책임 경영(S)은 지나치게 논란이 많아 그 자체 지속가능성 문제가 있다. 반면 ESG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로 연결된다는 것이 학술적으로 검증된 분야가 거버넌스(G)다. G는 투명경영, 준법경영, 윤리경영을 그 내용으로 하는데 방법론이 이사회 경영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미국에서는 ESG가 본격적으로 표방된 이후 대기업 경영자들이 그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집단적으로 표명했지만 아직 아무 기업도 정관에 그를 반영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사회 결의조차 하지 않은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미국의 현행법과 상치되기 때문이다. 이사회 결의든 정관변경이든 법률자문을 거쳐야 할 것인데 법률가들이 난색을 표했을 것이다.

1919년 포드자동차사건 판결 이래 미국법은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아직은 아니다. 우리법은 특별한 말이 없고 해석에 맡겨져 있다. 상법 제382조 제2항은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한다. 해당 민법 제681조는 수임인의 선관의무에 관한 규정이다.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本旨)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아직 아무도 엄두를 못 내는 일을 한 기업이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 정관은 전문에서 “경영활동의 궁극적 목적으로 구성원의 지속적 행복을 추구하고, 구성원은 주주의 장기적 가치와 이해관계자의 행복이 지속 가능하도록 기여한다”고 한다. 2019년에 같은 취지로 개정된 프랑스 민법을 참고한 것처럼 보인다. 프랑스는 기업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ESG 이념을 추구하려는 헌법개정도 진행 중이다.

정관은 주주들이 모여서 합의한 문서다. 법률이 모호한 경우 정관에 규정이 있으면 이사회와 경영자들은 그에 따라 행동하면 되고 그로부터 법률적 책임이 발생할 일은 거의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하버드대 올리버 하트 교수도 이제 기업들이 주주들의 재산적 이익이 아닌 ‘주주 복지’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를 중심으로 ESG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목표인 동시에 수단인 G는 더 발전시켜야 한다. 문제는 이사회 경영의 실질적 방법론이다. SK는 이번에 첫째, CEO를 이사회에서 선임하고, 둘째, CEO 평가도 이사회에서 한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맞는 방향이다.

사실 이사회 경영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이사회가 경영자들에 대한 실질적 인사권을 가지면 절반은 된 것이다. 말도 많지만 ‘주인 없는’ 금융지주회사 회장 선임 과정을 보면 된다. 사외이사들이 모인 이사회가 회장을 선출한다. 양자택일일 수도 있고 내부 경쟁을 통과한 최종 후보 추인일 수도 있는데 은행 안팎의 다양한 변수가 모두 이사회로 모이고 이사회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사기업의 경우 오너가 그 프로세스에 전혀 개입하지 않거나 아니면 이사회 안에서 1/n 역할만 하면 될 것이다. 말이 1/n이지 실제는 그보다 영향력이 클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사실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과 공개된 새 제도하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은 같지 않다.

이사회의 경영자 선출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평가다. 평가는 현직과 차세대 후보들간의 경쟁을 반영하고 촉진한다. 평가는 고도로 기술적, 객관적 프로세스다. 문서와 기록이 그대로 남는다. 오너의 직접적 영향력은 더 줄어든다.

어디서나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문서주의를 강화하고 선출과 평가 프로세스에 관여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모든 것이 더 투명해지고 실적과 성과에 기반을 둔 생산적 경쟁의 비중이 커진다. 이사회 경영의 내실화를 통해 ESG를 추구하려는 SK의 전향적 시도에 기대를 건다.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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