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이 지난 5일 끝났다. 경선 결과 당심은 윤석열, 민심은 홍준표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원투표에서 57.77%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앞선 홍준표 의원을 누르고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홍 의원은 국민들의 절반에 이르는 지지를 받고도 낙선했다. 당심이 민심을 이긴 것이다.
정치입문 1년도 안된 초보 정치인 윤석열이 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기라성 같은 정치 대선배들을 물리치고 제1 야당의 대선후보가 된 기적을 연출한 것이다.
당심이 민심과 거꾸로 간 이유는 무엇일까. 민심은 문재인 정부에 맞서 싸울 야권 후보로 홍준표를 더 지지하는데 말이다.
대선은 당원들 만의 표가 아닌 국민들의 표로 결정된다. 거대 양당의 당원은 대략 300~400만 명 정도 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려면 1500만 표 정도를 얻어야 되기 때문에 당원보다는 국민 지지가 더 중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당심보다는 민심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국민의힘 당원들은 입당 5개월 차인 정치 초보 윤석열을 대선 후보로 지지했을까. 오랜 당원 생활을 한 당원들이 일반 국민들보다 대선 후보에 대해 더 꼼꼼하게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국민들은 대선 후보의 공약이나 이미지 등을 보고 지지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원들은 후보들의 과거와 발언, 행동 등에 대해 속속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물론 일부의 지적처럼 ‘노인의힘’, ‘구태의힘’, ‘도로한국당’ 처럼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중년층·노년층 당원들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당원 입장에서 보면 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는 탈당 이력이 있다. 각자 나름의 탈당 이유가 있겠지만, 당원 입장에서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탈당 전력자들이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총선 당시 정치권에 돌던 ‘한국 보수중도정당에서 공천받는 법’이 회자된 적이 있다. 주요 내용은 △우파 운동하느라 고생 하지 마라. 좌파 운동하다 들어오면 된다. △어려울 때 당 지키지 마라. 탈당 했다가 복당하는게 더 대접받는다. △여당과 목소리 높이며 싸우지 마라. 그러다 ‘막말 정치인’소리 듣느니, 숨죽이고 점잔 빼면서 ‘신사’소리 듣는게 낫다. △보수 우파당에서 원외는 절대로 당협을 맡지 말아라. 맡으면 종처럼 부리고 팽 당한다. △젊어서 부터 보수 내걸고 정치할 생각 하지마라, 밖에서 스팩 쌓으면서 웰빙하다가 기회봐서 명함 내밀고 하라 등 5가지다. 물론 우스개소리이지만 당시 보수정당의 공천 실상이 어떠했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지난 21대 국민의힘 총선 공천이 얼마나 잘 못됐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총선 결과가 잘 설명해 줄 것이다.
특히, 탈당 했다가 복당하는게 더 대접받는 정당이라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려울 때 당을 지키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탈당자들이 대선후보가 되는 것도 당원 입장에서는 비정상적인 것일 것이다.
더구나 국민의힘이 외부인사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윽박지르듯 영입해 놓고 희생양으로 삼았다면 결코 옳은 행위라고 할 수 없다. 구원투수로 요청해 놓고 불쏘시개로 사용하고 버린다면, 차후에 외부인사들은 결코 국민의힘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정은 당원들의 손을 떠났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 할지, 선택을 안할지는 전적으로 국민들의 손에 달린 것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옳은 선택을 했는지,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는 4개월 정도만 있으면 판가름나게 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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