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은행은 지역 주민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몰려드는 고객을 상대하느라 바쁜 창구 직원들, 창구 안에서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 한여름 잠시 에어컨 바람을 쐬러 들른 뜨내기 손님까지 온갖 인간 군상이 펼쳐졌다.
이런 장면은 박물관에서나 어울릴 법한 모습이 된 지 오래다. 작금의 디지털 시대에는 더 이상 은행에 가지 않아도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거기에 인터넷 은행의 등장과 코로나 19에 따른 비대면 환경의 일상화는 기존 은행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촉매 역할을 했다.
부동산 담보에 의한 여신에 의존하던 성장 전략도 달라졌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 예대마진으로 벌 수 있는 이익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두 요인을 한 번에 해결하는 열쇠가 바로 혁신 기업 금융에 있다. 금융권 1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신한금융그룹의 신한퓨처스랩을 비롯해, KDB산업은행의 KDB넥스트라운드, KB금융의 KB스타터스, KB유니콘클럽 등 거의 모든 금융사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회수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이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은행이 스타트업의 빠른 스케일업을 위한 창업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하나은행의 경우 직접 육성하고 투자한 스타트업의 얼굴인식 솔루션을 얼굴 인증 수단으로 도입했다.
새로운 혁신금융 성장방식이다. ESG 측면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해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미도 있지만, 은행은 모험자본을 혁신기업에 투자하고, 이렇게 성장한 기업의 혁신 기술이 은행의 디지털 플랫폼 역량 강화에 기여함으로써 동반 성장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국내 대표 금융사의 스타트업 직·간접 투자 예상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앞으로는 더욱 성공적인 동반성장을 위해 금융권의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투자나 인수합병 등 공격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도 KB국민은행과 KB유니콘클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 기업들의 성과와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개별 금융 브랜드가 각각의 K유니콘을 품게 되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신현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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