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같은 값진 준우승

포항, 알 힐랄에 0-2 패배
12년 만의 ACL 우승 무산
6만 7000명 알 힐랄 홈팬
일방적 응원 속 ‘고군분투’
주전급 선수 이적·부상 등
최악 상황 투지·정신력 무장
최선 다해 값진 준우승 거둬

24일 새벽 1시 포항시 남구 오천읍 메가박스에서 이강덕(앞줄 왼쪽 세번째) 포항시장과 오염만(왼쪽 두번째) 포항시축구협회장, 포항스틸러스 스포터즈 등이 포항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포항시 제공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포항스틸러스가 12년 만에 아시아 축구 정상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우승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포항은 비록 졌지만 우승 못지 않은 값진 준우승을 거뒀다.

포항은 24일 새벽 1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흐드 구장에서 벌어진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알 힐랄 SFC(사우디)에 0-2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포항은 알 힐랄 6만 7000여명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 AFC 챔피언 타이틀 탈환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끝내 중동 원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는 포항은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여럿이 부상을 당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12년 만에 결승에 올라 또 한번의 ‘기적’을 기대했다. 하지만 통산 4번째의 우승은 다음기회로 미루게 됐다.

애초부터 포항은 전력면에서 큰 차이가 나 ‘기울어진 운동장’ 경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포항 선수들은 불굴의 정신력과 투지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날 이강덕 포항시장과 오염만 포항시축구협회장, 포항 스포터즈 등 130여명의 응원단은 새벽 잠까지 설치며 포항시 남구 오천읍 메가박스에서 열띤 응원을 펼쳤으나 끝내 포항이 패하자 진한 아쉬움을 달랬다.

이날 응원전을 진두지휘한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선수들이 비록 졌지만 잘 싸웠다”면서 “우승 못지 않은 준우승을 거둔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비록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축구도시 포항과 축구명가 포항스틸러스를 아시아 전역에 널리 알린 것은 큰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포항이 이번 대회 결승에까지 오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못했다.

사실상 포항은 전력면에서 K리그의 전북 현대나 울산 현대 등에 비해 떨어져 상위권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준결승 울산현대 전에서 축구명가 포항 특유의 끈질긴 승부근성과 투지를 발휘하며 울산을 침몰시키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김기동 감독은 얇은 선수층을 신인 선수기용으로 커버하는 놀라운 용병술을 발휘했다.

김기동 감독은 12년 전 선수로 포항에 우승컵을 안겨줬으나 사령탑으로서 첫 우승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포항은 아쉽게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권과 우승 상금 400만 달러(약 47억6000만원)는 놓쳤다. 하지만 준우승 상금 250만 달러(29억7000만원)를 확보하는 값진 수확을 거뒀다.

경기 후 김기동 감독은 “한국에서 많은 팬이 응원해주셨는데, 우승컵을 가져가지 못해 죄송하다. 너무 이른 시간에 실점해 우리가 준비한 것들이 많이 안 나왔다”면서 “전반 12분 신진호의 슈팅이 골대를 맞은 것이 너무 아쉽다”고 했다.

한편 포항 선수단은 25일 귀국해 28일 오후 4시 30분 인천전용구장에서 인천유나이티드와 K리그1 파이널 37라운드 원정 경기, 12월 4일 FC서울과 포항 홈 경기로 올해 K리그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다.

나영조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