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지 못한 재난을 대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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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보지 못한 재난을 대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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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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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일 년에 한 번씩 상상화를 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식상하지만 매번 수중도시 또는 우주정거장을 그렸었는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살 수 없는 공간에 거주 가능한 시설이 세워진다는 희망을 담았던 것 같다. 그런데 2100년 기후위기로 거주하기 어려운 지구환경에 적응한 우리의 모습을 그려보라 해도 과거에 그렸던 상상화와 상당히 유사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에 따르면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 수준 실행되는 RCP4.5 시나리오에서 2050년 우리나라 해수면은 0.34m 상승해 침수면적 243 ㎢에 거주하고 있는 3400여 명의 인구가 피해를 보게 된다. 또식물·동물 종의 이동 및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주고 사회기반시설과 거주지의 파괴로 인한 거주민의 이주와 관련한 사회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해수면 상승을 이끄는 기온의 상승 또한 폭염, 산불,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난으로 인한 정주여건의 악화, 건강 이상 등의 파급효과를 가져오며 특히 사회 취약계층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즉 지금 현재 우리가 받은 기후변화 대응 성적표는 지금 즉시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해야 최악은 면하는 수준이며, 지금까지 내뿜은 온실가스의 영향은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가 지속됨에 따라 기상재난은 과거에 겪었던 것보다 규모가 더 크고 더 자주 일어날 것이며 그 결과 기후변화의 간접적인 영향 또한 증폭될 것이다.

대규모 기상재난과 같이 수년 내지 수십 년 내에 발생할 가능성이 큰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몇 가지 준비할 것들이 있다. 우선 재난 리스크를 과학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는 특정 사건이 발생할 확률과 그것의 피해 영향에 비례하며, 각각을 산정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가 선행돼야 하며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고 관리될 필요가 있다.

리스크 평가 결과에 기반한 대응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비용부담의 방법이다.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행과제를 수행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는 데에는 당연하게도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나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특정 기상재난의 원인과 그 원인 발생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돼있는 개인, 기업, 지역 등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상재난 발생 빈도 및 피해 규모 증가와 같은 전반적인 변화에 기후변화가 원인을 제공한다면 기후변화 원인 제공자는 재난대응 기금 조성에 기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기금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환경정책의 기본원칙 중 하나인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에 따라 탄소세 또는 온실가스 배출 부과금을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겠으나 우리나라에는 없는 제도로, 대신 배출권거래제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제한적이나마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제정돼 내년부터 시행되는 탄소중립기본법 제69조와 제70조는 기후대응기금의 설치와 기금의 용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개인 및 지역에 대한 지원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대응과 같은 기후변화 적응에 해당하는 내용은 명시적으로 기술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기후변화 적응정책 시행에 투입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두 번째로 고민을 할 부분은 재난대응 주체이다. 재난이 발생한 경우 취약계층 지원 등 대민업무가 큰 부분을 차지하므로 지자체가 재난대응의 중요한 주체일 수밖에 없다. 재해 예방을 포함한 재난대응에 사용할 수 있는 재난관리기금 적립과 집행의 주체 또한 지자체이다. 재난 발생 시 지역에 국고보조 지원이 가능하나 재난이 발생하기 전 피해를 예방하는 목적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여전히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 크다.

그런데 문제는 산업체 또는 소비자가 밀집돼있는 곳에서 생산, 소비를 위해 뿜어낸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하고 이것이 재난 발생에 기여하는 바가 무시하지 못하는데, 그 피해는 원인 제공자와 상관없는 취약지역에서 크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 및 홍수에 의한 침수 피해는 해안지역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해야 한다면 해안지역은 전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재난대응에 필요한 비용을 지자체가 상당 부분 부담하는 방식이 기후변화 영향이 심화될 미래에도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위와 같은 잠재적인 불평등 요소를 고려한다면 기후변화에 따라 피해가 심각해질 미래 재난에 대한 적응정책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지금보다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기금 조성 역할이 포함돼야 하며, 앞으로 발생할 재난의 규모와 빈도를 고려해 국가 차원에서 기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존하는 제도를 활용한다면 기후대응기금의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내용을 수정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리스크가 커질 것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 피해의 원인 제공자로서 정부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우리나라의 재난대응 정책이 가정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충분히 미래에 발생 가능한 재난 규모를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재해 리스크 평가 결과에 기반해 취약지역 및 시설을 파악하고 재난대응에 필요한 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의 준비를 시작해야 아직 우리가 겪지 못한 큰 규모의 재난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기후변화 영향이 지역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앙정부는 조정자의 역할을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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