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부과체계도 정쟁의 대상인가
  • 손경호기자
건보료 부과체계도 정쟁의 대상인가
  • 손경호기자
  • 승인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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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건강보험료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건보료에 대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건물, 예금, 채권 등을 포함해 재산이 62억 원이나 되는 김씨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월평균 7만원의 직장 건강보험료를 납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민주당의 지적에 대해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그동안 정책 방향인 재산이 아닌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수십 억, 수백 억 자산가들의 건보료를 줄여주기 위해 그동안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를 추진해 왔단 말인가.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된다. 사업장의 근로자·사용자 및 공무원·교직원 등 매월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직장가입자가 되고, 직장가입자와 그 피부양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지역가입자가 된다. 문제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가 다르다는 점이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과 보수 외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자동차, 전월세까지 대상으로 보험료를 산출한다. 이처럼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 외의 재산 등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게 된 배경은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는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수차례 수정과 보완이 이루어졌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되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형평성, 공정성 문제가 논란이 되어 왔다.

건보료 7만원 논란은 그동안 이어진 형평성,공정성 문제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십억 원대 자산가인 김씨가 건보료를 찔끔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만약 지역가입자라면 재산 기준으로 김씨가 납부해야 할 건보료가 월 37만4,650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과연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처럼 김씨의 건보료 7만원 납부는 비난받아야 할 일일까?

김씨의 건보료 7만원은 현행 건강보험료 납부 규정에 따른 것이다. 직장가입자는 재산이 수천억 원이라도 급여에 따라 건보료가 책정된다. 더구나 이 같은 건보료 납부제도는 김씨가 만든 것이 아니다. 역대 정권들과 정치인들이 지금과 같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 국민 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역사는 1963년 ‘의료보험법’을 제정해 임의가입제도로 추진됐다가,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에 의무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 의료보험의 효시다. 이후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됐고, 2000년 7월 ‘의료보험’이라는 용어가 ‘건강보험’으로 개칭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경우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과 무관한 재산과 자동차에도 부과되는 등 상이한 적용으로 인한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로인해 그동안 부과체계의 개편 논의가 추진되다가, 소득 중심으로의 통합을 위한 취지에서 2018년 7월부터 새로운 부과체계(1단계)가 마련되어 시행되고 있다. 소득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를 위한 단계별 개편안이 마련되어 2018년 7월부터 1단계가 시행 중에 있고, 2022년 7월 2단계 개편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수십억 원 자산가가 매월 7만원 정도의 쥐꼬리만큼 건보료를 낸게 잘못이라면, 그것은 매월 천만 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꼬박꼬박 받으면서 제대로 밥값을 못한 국회의원들의 잘못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다. 내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조정 시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제대로 고려해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건보료 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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