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위기와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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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위기와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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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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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일의 도·시·공·감
소문으로 들으면서도 아직은 설마 했었던 ‘정원 미달’이라는 파도가 실제로 대학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작년에만도 여러 지방대학에서 수백 명에 달하는 정원 미달이 일어났다. 예견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현실화된 충격은 작지 않다. 애써 외면해오던 대학들도 이젠 이 떨어진 발등의 불 앞에 발을 동동 구르는 형편이다. 하기야, ‘소멸’, ‘붕괴’와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흔히 언급되는 것이 작금의 지방도시 현실인데, 대학 위기라 해서 더 특별할 것이 있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경계를 넘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능들이 멈추게 될 때 지방소멸은 정말로 고착된 현실이 될 수 있다.

우선 대학은 지역으로 인구를 유입하는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지역 사이를 이동하는 인구는 주로 젊은 계층들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지방으로 이주한다면 그 이유는 지금에는 결국 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제조업에 고용되거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 고용이 예전 같지 않은 현실에서 대학은 이제 유일하게 남은 통로이다. 젊은이들이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내려가 살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인 것이다.

대학의 통로 역할은 20대 대학생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30~40대의 경제활동 인구 전반의 이주에서도 대학의 영향은 크다. 누구라도 연고 없는 지역에 자리를 잡고 살 결심을 하기는 쉽지 않다. 억양부터가 다른 지역에 내려가 새 보금자리를 펼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인 것이다. 바로 이때 대학과 대학촌의 존재는 이들 이방인들이 지역에 안착할 수 있는 일종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준다. 대학촌은 지역에 있으면서도 지역을 넘어서는 글로벌 타운이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나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라도 그리 어색하지 않게 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바로 대학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학은 인구이동에 있어 한 지역의 허브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허브가 넓게 잘 발달되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의 차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창조도시’의 형성에 있어서도 대학의 역할은 상상 이상이다. 대학 교수들이 지역 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대학의 존재는 훨씬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지역의 혁신에 작용한다. 2018년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라는 책에서 이런 근거를 볼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통계를 바탕으로 해서 중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도시들은 하나같이 대학도시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학이 살아있고 활성화된 도시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미래와 세계를 바라보는 능력에 있어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은 지역과 대학 모두에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는 것 같다. 지역민들은 대학촌을 부동산 시세나 상권 활성화의 재료 정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대학 또한 지역과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듯 마치 성곽처럼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과 대학, 대학과 지역이 형식적인 파트너십만을 보여줄 뿐,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연히 공공시설이자 지역자산인 대학이 백프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방과 대학이 모두 위기에 돌입한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번 대학과 지역을 경계 없이 결합하는 방향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마치 귀양 가듯 외곽에 동떨어져 자리 잡는 경향이 있다. 대학이 지역과 분리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서구의 대학들은 그렇지 않다. 도시 속에 스며들어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대학 도서관이 도심부 한 가운데 자리 잡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도심부의 활력을 형성하고, 시민들은 대학의 정신과 시설을 공유하면서 살아간다. 학생들은 대학촌을 새로운 고향으로 여기고 졸업 후에도 머무르며 인생의 또 다른 막을 진행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방도시에서 이러한 모습은 보기는 어렵다. 작은 지방도시일수록 오히려 대학과 도시의 분리는 더 심한 것을 본다. 대학과 지역민들은 마치 서로에게 이방인과 같이 되어 버린다. 대학생들은 4년이 지나면 요요가 제자리로 돌아가듯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 버린다. 지역과 대학이 잘 결합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대학과 지역이 화학적인 차원에서 결합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소멸을 염려하는 도시일수록 대학을 중심부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 도시 전체가 대학촌이라는 생각으로 혁신을 시도해 보았으면 한다. 지역과 대학이 경계를 두지 않는 ‘합병전략’으로 새로운 도시의 틀을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위기에는 내적인 연합만큼 좋은 전략은 없다. 지역과 대학이 소멸을 걱정하는 시기에 바로 그런 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 시스템 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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