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할래?…”서툴지만 진정한 우정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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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구할래?…”서툴지만 진정한 우정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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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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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늑대 작은 늑대
올리비에 탈레크 글·나딘 브룅코슴 그림 l 시공주니어 l 8500원
 
  관계를 맺는 방법과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처음 만난 이에게 경계를 풀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새 학기에 처음 만난 짝꿍에 대해 `쟤가 나보다 더 공부를 잘 하면 어떻게 하지’라고 걱정하기도 하고, 친해지고 싶지만 부끄러워 말 한마디 걸지 못하고 친구 주위만 맴맴 돌기도 한다.
 프랑스 작가 올리비에 탈레크가 글을 쓰고 나딘 브룅코슴이 그린 그림책 `큰 늑대 작은 늑대’에 나오는 귀여운 늑대 두 마리도 처음에는 그랬다.
 언덕 위 나무 아래에 혼자 살고 있는 큰 늑대는 처음에 작은 늑대가 가까이 오자 자기보다 더 클까 봐 더럭 겁부터 낸다. 작은 늑대가 자신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도 말을 걸지 못하고 살짝 곁눈질만 해본다.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찾아 왔지만 부끄러운 건 작은 늑대도 마찬가지다.
 둘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하루를 보냈지만 작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큰 늑대는 밤에 작은 늑대의 코끝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보고 이불 끝을 조금 밀어준다. 다음날 아침에는 다른 날보다 열매를 많이 따서 슬쩍 작은 늑대 쪽으로 보낸다.
 그런데 산책을 갔다온 사이 작은 늑대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큰 늑대는 처음으로 저녁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았다. 나무 위에서 매일 하던 아침 운동을 빼먹고 작은 늑대를 기다린다.
 “큰 늑대는 더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이라도.”
 어느새 두 계절이 지나고 봄과 함께 작은 늑대가 돌아왔다. 큰 늑대는 처음으로 기뻐서 가슴이 뛰었다.
 “네가 없으니까 쓸쓸해.” 조심스럽게 마음을 표현하는 큰 늑대. 둘은 이제 진짜친구가 됐다.
 작품은 늑대 두 마리의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을 진심으로 마음에 들이는 과정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처음에는 작은 늑대가 자기보다 더 클까 봐 경계했지만 나중에는 작은 늑대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몸집이 더 커져도, 나무 위에 더 높이 올라가도 괜찮다고 큰 늑대가 생각을 바꾸는 장면에서 진정한 관계의 힘이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살짝 엿볼 수 있다.

 
 
장애의 벽 넘어선 세상을 향한 외침  
시각장애교사 자전적 에세이 출간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20대 시각장애 영어교사가 `최유림이 사는 세상’(도서출판 둥지)이란 자서전적 에세이를 펴냈다.
 주인공은 2006년 공주대 사범대학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2007학년도 임용고시에서 일반 영어교사 시험에 합격해 현재 충남 천안시 두정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최유림(24·사진).
 최 교사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영어교사가 된 주인공이다.
 최 교사는 이 책에서 일반 학생들을 가르치는 영어교사로 서기까지 유치원부터 수많은 과정을 거치며 겪어야 했던 경험들을 하나 하나 적고 있다.
 특히 그는 이 책의 첫머리에 중등교사 임용고시 2차 시험을 준비하는 임용캠프 강의실에서 지도교수인 휴버트 교수로부터 들었던 치욕적인 이야기로 시작했다.
 “애들아, 유림이 봐라. 병신 같지 않냐?”
 수업 시연을 끝낸 나의 모습을 보고 다짜고짜 하신 말씀이었다.
 교수님은 오랫동안 굳어진 잘못된 내 습관을 고쳐주려고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최 교사는 대학시절 수업준비를 위해 사전에 학습자료를 컴퓨터로 스캔 받아 점자로 다시 출력해 읽어야만 했기에 다른 학생들보다 많은 노력을 들여야만 했다.
 또 특수교육을 전공하면서 부전공으로 배운 영어과 임용고사를 준비하다 보니 어려움은 더욱 컸다.
 교단에서 판서는 주로 보조교사를 이용해 하고 말하고 듣기를 통해 영어를 가르쳤다.
 최 교사는 “이 책을 통해 장애인과 일반인으로서 관계가 아니라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오래된 친구 같은 관계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한편 모교인 공주대 사범대학은 29일 학교 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마련해 주었다.
 이날 행사에서 영어교육과 학생 대표가 최 교사에게 꽃다발을 주었고, 음악교육과 학생이 축하의 노래인 `사랑의 찬가’를 부르는 등 비록 조촐하지만 뜻깊은 출판기념회 자리가 됐다.
 류해일 사범대학장은 “우리 대학은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각장애인 학생을 일반교사로 배출했다”며 “인간승리의 주인공인 제자가 어려움을 극복한 이 기쁨과 감동을 세상에 알리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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