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의 복화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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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복화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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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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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교수,日文으로 작품활동 시작한 조선인 작가 재조명
피식민지인에 제국언어가 어떤 유용한 무기로 쓰였나 접근

 
 
 `태백산백’, `낙조’, `향수’ 등의 작품을 남긴 소설가 김사량(1914-1950년)과 `무지개’, `기아도’ 등의 소설을 쓴 장혁주(1905-1997년)는 근대 소설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조선인이면서도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한 소설가들이었기 때문이다.
 김사량의 `태백산맥’이 발표된 지 60년이 지난 2006년에야 비로소 번역 출간됐을 정도로 이들의 문학적 성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지 않았다.
 김철 연세대 교수는 국립국어원이 발간하는 계간지 `새국어생활’ 최근호에 실은`식민지의 복화술사들’이라는 글에서 일문으로 작품활동을 한 조선인 작가들을 재조명했다.
 식민지 시기에 최초로 일본어로 소설을 써서 일본 문단에 등단한 사람은 장혁주였다.
 대구의 한 소학교 교원이던 그는 1932년 일본의 좌익 문예지에 `아귀도’라는 소설이 당선되면서 등단했고 일본어 소설 창작의 동기를 “민중의 비참한 생활을 널리 세계에 알리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의도와 달리 그의 일본 문단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던 조선 문단은 나중에 그가 조선어로 쓴 소설도 외면했고 일본 문단 역시 일본어로 글을 쓰는 젊은조선인 작가에 대해 신기함 이상의 진지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결국 장혁주는 잇따라 발표한 문제작들이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모두 외면당하면서 `친일작가’ 내지는 `민족을 배신한 변절자’ 정도로만 기억되고 있다.
 장혁주의 뒤를 이어 일본 문단에 진출한 김사량의 경우 1939년 발표한 단편 `빛속에서’로 일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쿠타가와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비교적 주목을 받았으나 짧은 작가 경력을 남기고 사망한 뒤에는 오랫동안 잊혀졌다.
 김 교수는 장혁주와 김사량을 외면하든 기억하든, 그것은 모두 문학외적인 정치적 이유에서 출발한 것일 뿐 그들의 일본어 소설 쓰기가 제기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심도있게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조선 문학은 조선 `글’로 쓰여져야 한다는 관념 속에 이들의 글을 `민족과 모국어에 대한 비겁한 배신 행위’로만 여긴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피식민지인에게 제국의 언어는 권력의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통로”라며 “영어로 창작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일랜드나 인도작가들 또는 프랑스어로 발언했던 아프리카 지식인들의 사례는 제국의 언어가 피식민지인에게 어떻게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제국의 지배 아래서 제국의 언어로 발언하는 피식민지인은 일종의 복화술사”라며 “제국의 언어를 흉내내는 자, 자신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다른 생각을 시도하는 자에게 비로소 전복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유가 인간학
런청진 지음·김태성 옮김 l 21세기북스 l 1만3800원

 
 유가(儒家)에는 “어진 사람은 적이 없다(仁者無敵)”는 말이 있다.
 이는 “어진 사람은 지혜롭고,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얻는다. 어진 사람은 적마저 감화시켜 내 사람으로 만든다. 또 어진 사람은 강하기 때문에 희생을 각오하고 큰 일을 할 수 있으며 그만큼 큰 이익을 만든다. 모두에게 이롭기 때문에 적 또한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을 복합적으로 품고 있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 공자가 내세운 이후 2000년간 중국의 통치 이데올로기가 됐던 유가는 제자백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상으로 인정받는다. 이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도리에 대한 깊은 지혜가 역사를 통해 검증된 덕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중국 런민대 중문과 교수인 런청진(冷成金) 교수는 `유가 인간학’에서 중국문화의 한 특징인 `지략형 문화’는 바로 유가의 사상이 중국인 뼛속깊이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유가의 지혜가 구체적으로 발휘되는 형식은 바로 인술(仁術)이며, 인술의 구체적인 표현형식은 흔히 말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다.
 개인의 수양을 왕도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출발점으로 삼은 유가의 학설은 치국(治國)과 치민(治民)에서도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감복시키는 `치인(治人)’을 우선으로 쳤다.
 상대를 심리적으로 감복시키는 것을 강조한 유가는 결국은 모든 사람이 모략가가 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중국인들은 천성적으로 모두 정치인”이라는 말이나 “세상사에 밝으면 그것이 곧 학문이고, 인정에 정통하면 모두 훌륭한 글이다”라는 중국 속담은 이런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유가 사상을 따랐던 중국 역사 속 군왕과 황제, 인물들의 일화를 다채롭게 소개하면서 요즘 세상살이와 기업 경영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응용해볼 것을 권하는 책이다.
 저자 런청진은 “법가나 병가가 강제적으로 인심을 굴복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킴으로써 그 사회에 속한 모든 사람들을 변화시키려 하는데 반해, 유가는 개인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내면세계만이 진실이므로 개인의 수양을 강화하면 이 세상에 이루지못할 일이 없다는 매력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1세기북스 출판사가 기획한 `CEO인간학’ 시리즈의 제1권. 앞으로 도가, 법가 등의 사상과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등의 고전, 사마천, 도쿠가와 이에야스, 강희제, 카이사르, 알렉산더 등이 가졌던 인간에 대한 생각을 통해 인생과 경영의 지혜를 소개할 예정이다.
 김태성 옮김. 320쪽. 1만3천800원.
 
 
>>신간
 
 ▲캄비세스의 사라진 군대= 폴 서스맨 지음. 이은경 옮김. 고대 이집트 유물에 대한 고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모험 소설.
 기원전 523년, 페르시아의 파라오 캄피세스는 이집트 서부 사막을 가로지르면 나오는 도시 시와의 신전을 파괴하라고 대규모 군대를 파견한다. 하지만 파견된 군대는 모래 폭풍에 휩쓸려 거대한 모래 바다 한가운데 묻히고 만다.
 2천500년이 지난 후, 팔이 잘린 시체가 룩소르의 나일 강변으로 떠내려 오고, 카이로에서는 골동품 상인이 야만적으로 살해당하는가 하면, 이집트의 고대 유적지 사카라의 공동묘지에서는 영국인 고고학자가 숨진 채 발견된다.
 룩소르 경찰서의 유수프 칼리프 경감과 죽은 고고학자의 딸 타라 멀레이에 의해연관성이 없는 듯 보였던 세 사건의 연결 고리가 드러나고, 두 사람은 목숨을 건 모험 속으로 빠져든다.
 자음과모음. 1권 376쪽, 2권 400쪽. 권당 1만1천원.

 ▲9일간의 우주여행= 미셸 데마르케 지음. 장병걸 옮김. 외계인에게 납치됐다가9일 만에 돌아왔다고 주장하는 저자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저자는 1987년 6월 아름다운 용모와 고차원적 사고 체계을 지닌 외계인 타오를 만나 그의 행성 `티아우바(Thiaoouba)’에 다녀온다.
 지구인을 계몽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는 타오는 인류의 기원, 초광속 우주여행의원리, 이스터 섬 석상의 주인공, 창조주와 빅뱅, 예수의 정체 등 여러가지 불가사의에 대해 알려주고, 환경오염과 지구 문명의 위기를 경고한다.
 리베르. 376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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