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공천·사천 막겠다던 PPAT 무용지물 되나
  • 손경호기자
돈공천·사천 막겠다던 PPAT 무용지물 되나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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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당헌·당규는 헌법과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당헌·당규는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사문화된 규정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경우 지방선거 공천을 진행하면서 일부 단수후보 추천의 경우 당헌·당규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이다. 특히, 13명의 공천신청자 가운데 1명을 단수공천한 경산시장의 경우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지율에서 압도적으로 크게 앞선 상황이 아님에도 경선 대신 특정인이 단수후보로 추천됐기 때문이다. 경산시장 공천신청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윤두현 국회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일부가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는 등 단수추천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공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가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방식이고, 둘째가 중앙당이나 국회의원 등이 내리꽂는 하향식 공천 방식이다. 그동안 공천헌금 챙기기나 자기사람 심기 등 하향식 공천의 폐단으로 인해 정당들의 당헌·당규는 주로 경선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수추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당규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 제15조에 중앙당 및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자격심사를 통해 단수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관위가 막무가내로 단수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규 제27조는 단수 후보자 추천 사유로 △공천 신청자가 1인인 경우 △복수의 후보자 중 1인을 제외한 모든 후보자가 제14조에 의하여 추천대상에서 배제된 경우 △복수의 신청자 중 1인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했거나 다수가 공천 신청을 하더라도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강력범죄·뇌물관련 범죄·재산범죄·선거범죄·파렴치 범죄 등 전과 경력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경우 단수추천을 할 수 있다. 1인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번 6.1 지방선거 공천에서 지방의원의 경우는 단수추천이 더 많이 이루어졌다. 경북도의원 공천의 경우 경선보다 단수추천이 2배 가량 많았다. 지난 3일 경북도당 공관위가 발표한 기초의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지역구 94곳 가운데 경선은 단 두 곳 뿐이었다. 일부 미발표 선거구가 남아있지만, 소수여서 이 수치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수 추천자 가운데 과연 단수 후보자 추천 사유로 규정한 기준에 합당한 인사가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이는 국민의힘이 돈공천, 사천, 짬짜미 공천 등의 폐습을 해결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기 위해 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PPAT) 제도를 도입한 것에 비추어봐도 역행하는 것이다.

지역구에 출마하는 지방의원 후보자는 의무적으로 PPAT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시험비용은 공천접수 때 10만 원을 포함해 공천심사비(광역의원 210만원, 기초의원 110만원)를 납부했다. 문제는 공천 발표 결과처럼 경선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국민의힘이 강제로 시험을 보도록 하고 응시료만 갈취(?)한 셈이 됐다.

더구나 돈공천, 사천 등의 폐습 해결을 내세웠지만 단수추천이 횡행하면서 PPAT는 맥을 못추고, 경북 곳곳에서는 공천 내내 돈 공천설, 사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가뭄에 콩나는 듯한 경선으로 인해 PPAT 시험은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우롱한 ‘새드 엔딩’으로 끝나게 됐다.

물론 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이라는 이름처럼 출마자들이 꼭 갖춰야 할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이라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선이 아닌 단수추천으로 공천을 하고자 한다면 자격시험를 폐지하고, 당선된 인사들을 모아 필요한 내용을 교육하는 집체교육(集體敎育)이 더 나을 것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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