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서 날아온 정치인은 뻐꾸기이거나 용병일 뿐이다
  • 손경호기자
외지서 날아온 정치인은 뻐꾸기이거나 용병일 뿐이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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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는 스스로 둥지를 틀지 않고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한국에 도래하는 뻐꾸기 알의 색깔은 파란색이다. 이 때문에 뻐꾸기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파란색 알 둥지에 주로 알을 낳는다. 이를 탁란(托卵)이라고 한다. 두견이는 휘파람새와 비슷한 초콜릿색의 알을 낳고, 매사촌은 쇠유리새와 비슷한 푸르스름한 알을 낳는다.

보통 둥지의 임자에게 위탁하는 탁란조는 숙주의 알보다 먼저 부화한다. 문제는 뻐꾸기 새끼가 부화 후 둥지 안에 있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알과 새끼를 등에 얹어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 둥지를 독차지한다는 점이다.

정치인들 가운데에도 남의 둥지를 차지하는 뻐꾸기들이 있다. 이들은 선거판만 벌어지면 정치적 둥지를 쉽게 바꾼다. 지역을 위해 온 몸을 바치겠다는 약속은 헌신 짝 버리듯 내팽개쳐 정치 불신을 조장한다.

더구나 유력 정치인들이 타 지역에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낙선 후 수년 간 절치부심하고 있는 사람이나, 출마를 위해 힘을 기르고 있는 신진인사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뻐꾸기 정치인들의 출현이 이번에 유독 심하다. 대표적으로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송영길 전 국회의원이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전 후보는 성남 분당갑에서도 보궐선거가 치러지지만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를 버리고 인천을 택했다. 경기도 정치인에서 인천 정치인으로 변신을 한 것이다.

인천시장을 지내고 인천 계양을에서 국회의원을 하던 송영길 전 의원은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한다. 인천 정치인이 서울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은 20년 가까이 정치를 했던 대구를 떠나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섰다가 김은혜 후보에게 패배했다. 재선 국회의원(서울 노원병)을 지내고,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패배한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이번에 분당갑 보궐선거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에서 경기도 정치인으로 새롭게 둥지를 트는 것이다.

경남도지사를 지내고 대구수성을 국회의원 당선된 홍준표 전 의원은 대구광역시장으로 출마한다. 대구시장으로 당선되면 그는 두 곳에서 민선 광역단체장을 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경북 정치인이었던 김재원 전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낙선했다. 경기도에서 계속 낙선했던 유영한 변호사도 대구시장 경선에서 낙선했다. 이들은 대구 수성을 보궐선거에 공천을 신청, 대구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정치적 둥지를 내팽개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한마디로 ‘떳다방 정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행태는 지역구 대표를 뽑는 선거제도를 형해화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후보자들은 거주지 요건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현재 계속해서 60일 이상 해당 지방자치단체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도 대통령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대한민국 아무 곳에나 살아도 출마에 제한이 없다. 그 지역을 대표하겠다고 출마하는 사람이 그 지역에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의 임기가 4년인 만큼 지역 대표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최소 4년 이상 거주했을 때 출마자격을 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선거를 앞두고 외지에서 날아온 정치인은 지역 대표가 아닌 뻐꾸기이거나, 당의 선거 승리를 위한 도구인 용병일 뿐이다. 지금처럼 뻐꾸기나 용병들이 난립한다면 차라리 지역구 선거를 폐지하고 비례대표를 뽑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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