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사라지고 수도권만 있는 나라... 균형발전 절체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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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사라지고 수도권만 있는 나라... 균형발전 절체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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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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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지방소멸 이슈를 제기한 것은 초선 의원이던 18대 국회 때다. 당시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필자는 몇 가지 구체적 사례를 들면서 조만간 지방소멸이 심각한 국가적 문제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 면에는 4개의 초등학교에 3000여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지금은 한 개 초등학교만 남고 학생 수는 총 150명 정도다. 지금 시골에는 어머니 혼자 살고 계신데, 집 주위의 절반이 폐가다. 우리 집도 어머니 돌아가시고 난 뒤에 나나 동생들이 돌아와 살지 않으면 폐가가 되는 것이다. 내 지역구 중의 한 곳은 군청 소재지에 산부인과, 소아과, 안과, 이비인후과가 없다. 산모가 진통이 오거나 아이가 아프면 차를 몰고 대도시로 달려가야 한다. 필자가 밀양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부산대나 경북대는 서울 명문대에 갈 실력이 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이 가는 일류대학이었다. 그런데 지금 학생들은 서울에서 최하류 대학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먼저 인(in)서울부터 시도하고 안되면 지방대학을 노크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의 현실이 이렇게 절망적이 된 데는 정치·사회적 요인이 크다. 역대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구두선처럼 반복하면서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모양을 냈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은 원론적 차원에서 지역균형개발, 국가균형발전을 언급할 뿐, 소관 정부 부처에 구체적 의사결정 때 그 원칙을 적용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 구속력있는 법령도 만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기재부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가속화하는 비용편익분석(B/C) 제도를 금과옥조로 시행했고, 교육부는 지방대학 통폐합에 팔을 걷어붙였고, 교육청은 인구감소지역의 초중등 교육기관을 문닫았다. 보건복지부는 군청 소재지에서 필수 의료기관인 산부인과, 소아과, 안과 등이 채산을 이유로 대도시로 떠나도 대책없이 방치했고, 산업부는 경쟁력있는 대기업이 생산설비를 걷어서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려가는 것을 수수방관했다. 탈원전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선 한전이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인구감소지역의 지사를 폐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전이 떠나면 그 지역에서는 곧 다른 공공기관 지사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고, 은행, 농협 지점들도 문을 닫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아있는 주민들도 정주여건의 공동화로 너도나도 짐싸서 떠날 것이 불을 보듯 보이는데도 이런 흐름을 만류하거나 막아서는 당국이 없다.

몇 년 전에 남부권신공항 건설이 큰 이슈가 됐을 때, 그것을 좌초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서울과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주력 언론사들이었다. 그들은 남부권신공항을 승객이 없어서 활주로에 고추나 말리는 동네공항으로 폄하하면서, 지금도 지방에 공항이 수두룩하고, 그 모두가 적자투성인데, 그런 공항 또 만들자는 거냐는 터무니없는 논리로 필봉을 휘두르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민심을 선동했다. 그런 혹세무민의 대열에는 지식인,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예외가 없었다. 적자투성이의 동네공항은 지역민들도 바라지 않는다. 당시에 지방이 걸기대(乞期待)했던 것은 인천공항에 비견되는 제2 관문공항, 제2의 허브공항이었다. 인천공항과 똑같은 국제노선을 가진 대형공항이 들어와야 경쟁력있는 기업들이 떠나지 않고 지역에 남아있고, 좋은 기업들이 지방으로 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오매불망의 염원을 중앙의 언론과 전문가, 지식인, 관료들은 철저한 수도권 중심 사고와 기득권 의식으로 좌초시켜버렸다. 감당불능의 포화상태로 늘어난 항공수요는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대신 인천공항에 제2청사를 지어서 흡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9,120,122,123조가 명문으로 국가균형발전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명시적 규정도 없는 ‘인구수’라는 것을 기준으로 해석을 끌어붙여, 인구가 줄어든 지방은 국회의원이고 지방의원이고 다 줄이라는 반헌법적이고 퇴행적인 판결을 했다. 헌재의 논리대로 가면 조만간 다다를 종착지는 지방이 없고 수도권만 있는 기형 국가뿐이다. 수의 논리, 세력의 논리, 힘의 논리로 국가운영을 할 것 같으면 헌법에 ‘지역간 균형발전’, ‘국토균형개발’ 따위 조문은 뭐하러 두나.

지금 국회는 6월 지방선거에 적용할 광역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 문제를 두고 석 달 째 공전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선 전에 여야가 의견접근을 이뤘던,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회의 보강’ 합의를 대선 후에 민주당이 번의(?意)하면서 교착상태가 됐다. 필자는 말로는 균형발전 이야기하면서 행동은 지방소멸에 가속을 붙여온 위선적 국가정책과 사회인식을 국회라도 나서서 대전환하게 할 목적으로, 초선들이 주로 맡는 정개특위에 3선 의원으로서 자원하여 들어왔고, 노력 끝에 여야 간에 정책전환의 취지에 공감대를 이루고 합의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대선 결과가 정권교체로 끝나면서 국회는 며칠 사이에 다시 국가백년대계보다는 정치적 타산을 우선하는 정략과 당리당략 구도로 돌아간 느낌이다.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정파가 다른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 중의 하나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이다. 노 전대통령이 수도권 집중과 양극화, 불균형 발전과 지방소멸의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선거공학적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아예 수도를 옮겨버리자는 발상을 했을까 싶었다. 다만 대안에 대해서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목적이라면 수도를 광주나 부산같은, 서울의 대척점으로 옮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도를 충청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해당 지역에는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의 기득권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고, 새로운 수도권의 흡인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지방은 더 빠른 속도로 고사해가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필자는 작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지방에 제2수도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다녔다(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필자가 우리당 윤석열 후보의 공약에 대체로 다 공감하면서 끝내 동의할 수 없는 공약이 부동산 대책으로 내놓은 신도시 건설 정책이었다(이것은 여야가 없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몇 배 더했던 일이다). 오늘날 지방소멸의 위기를 가져온 주범 중의 하나가 신도시 건설이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신도시 건설의 목적은 서울인구(그 중에서도 강남3구를 포함한 도심인구)의 분산이었지만, 결과는 서울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은 극소수고, 그 많은 신도시를 채운 것은 지방에서 올라온 이주민들이었다. 신도시가 안 만들어졌으면 지방인구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국가균형발전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대로 가면 지방은 없어지고 수도권만 있는 나라가 되는데, 5000만 인구 대부분이 설혹 수도권에 모여서 일자리, 주택 얻고 그럴 듯한 삶을 산다고 해도, 그런 나라를 나라라고 봐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삶은 지속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치명적 문제들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발전의 성과를 제로화시켜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 두 가지 정책 가지고는 안될 것이다. 일단 전체 국민이 지방소멸과 불균형,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해야 한다. 곧 우리가 맞닥뜨릴 재앙적 수준의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국가균형발전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으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모든 국가기관이 의사결정을 할 때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개별적 정책수립에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가치를 캡 씌워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방소멸의 내리막에 제동이 걸리고, 대한민국 어디에 살아도 최소한의 균형적 삶이 보장되는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한민국을 그려 본다. 조해진 국민의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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