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뜻 올바르게 반영할 선거제도 도입해야
  • 손경호기자
유권자 뜻 올바르게 반영할 선거제도 도입해야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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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동시지방선거에서도 기존 지방선거처럼 ‘기호효과’가 그대로 나타났다.

이는 유권자들의 경우 후보들의 모든 정책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부족으로 정당일체감을 기준으로 투표한다는 미시간모델의 투표행태이론과 무관하지 않다. 즉, 유권자들은 정보가 부족한 지방의원 선거 등의 경우 같은 번호를 선택하는 일명 ‘줄투표’를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할 때 특정 번호를 선호한다는 것은 기초의원 선거의 당선자 비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5회 기초의회선거에서 전체 복수 공천 후보 당선자 가운데 무려 82.1%가 ‘가’ 후보였고, ‘나’ 후보는 15.1%에 불과했다. 특히, ‘다’와 ‘라’ 후보는 각각 2.7%와 0.1%(1명)에 불과했다. 기초의원 당락여부에 기호 순서가 커다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6회 기초의원 선거 당선현황 분석 결과에서도 ‘가’ 후보의 득표율과 당선율이 높았다. ‘가’ 후보의 경우 다른 기호의 후보에 비해 평균 득표율은 16%, 당선율은 13%가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제4회~제7회 시·군·구 기초의회 중선거구에서 기호 ‘가’의 당선율은 80% 내외였다.

고선규의 “2014년 기초의회의원선거의 기호효과 분석”(한국정당학회보 제13권 제13호, 2014)에 따르면, 당선율 측면에서는 로지스틱 회귀분석에서 ‘가’ 후보가 여타 후보에 비해 당선율이 114배나 높게 나타났다. 사실상 ‘가’번을 부여받으면 당선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가’번 후보의 당선이 월등히 높았다. 포항시의원 당선인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11개 선거구 가운데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가’번 후보는 1명을 제외한 10명이 당선됐다. 반면 ‘나’번 후보는 11곳 선거구 가운데 절반 정도인 6곳에서 당선됐다. 5곳에 후보가 출마한 ‘다’번 후보는 3곳에서 당선됐다. 투표 용지의 후보 순서가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투표용지 양식의 불평등성 논란과 쟁점: 정당 특권과 기호순번제 문제”(2022.05.26)에 따르면, 기호배정 및 후보자의 배치순서 등 투표용지의 구성 방식은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하위단위 선거에서는 그 효과가 크다는 것이 국내외 경험적 연구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선택 대안이 시각적으로 제시될 경우 첫 순위의 대안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와 순서상 마지막에 접한 대안이 각인되어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최근 효과’(recency effect)에 기반해 투표선택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투표용지 양식은 정당표시에 의한 신호효과, 아라비아 숫자 배정에 따른 기호효과, 게재순위에 따른 순서효과 등 3중의 효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대정당에 유리하고, 기초의원의 경우 ‘가’번을 부여받은 후보에게 월등히 유리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투표용지의 구성 및 순서효과가 유권자의 정당 및 후보자에 대한 선호표시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평등선거의 원칙(헌법 제41조제1항, 제67조제1항) 및 선거운동의 기회균등 보장(헌법 제116조제1항) 등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게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이다.

선거는 정당의 유불리를 떠나 유권자의 뜻을 최대한 올바르게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선거를 통해 표출되는 유권자의 선호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투표용지 구성과 후보자 게재순위 등 시급히 개편돼야 한다.

손경호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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