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사회는 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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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사회는 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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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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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사업이 잘되고 실적이 좋을 때는 이사회의 존재와 역할은 별 관심 대상이 아니다. 반대로, 실적이 나쁘거나 최근 빈발하는 횡령사고처럼 위기가 발생하면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은 회사 경영진을 질책함과 동시에 “도대체 이사회는 뭘했나?”고 묻게 된다. 외부에서 경영자를 비판하고 교체하라는 요구가 발생하기 전에 이사회가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든지, 아니면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든지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들은 이사회에 법률적 책임을 묻기도 한다.

경영진을 감독할 의무를 지는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엑세터대의 제리 브라운과 런던경영대의 랜달 피터슨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사회의 유형을 여섯 가지로 분류해 설명한다.

첫째,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다. 이사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면 ‘쓴소리’는 물론이고 정상적인 판단과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기업 경영자들은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기존 경영방식을 고수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외부의견과 자료로 무장한다. 아무도 원점에서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 더 큰 책임을 떠안을 용의와 자신이 없다. 유일하게 이사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독립적이지 못하면 경영진은 단기필마로 앞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둘째, 이사회가 무능한 경우다. 경영진에 도움이 안된다. 무능하다 함은 위기를 초래한 문제를 다각도에서 살필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뜻이다. 다양성, 지식과 정보, 경험 차원에서 잘 구성된 이사회가 필요한 이유다.

셋째, 매너리즘에 빠진 이사회다. 평탄하게 잘 성장해 온 회사의 이사회는 내부적으로 문화적 역동성을 상실하기 쉽다. 스타트-업 단계와 상장을 거쳐서 조직과 스케일은 성장해 왔는데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은 크게 변하지 않은 회사들이 있다. ‘열심히 일해서 실적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초창기의 분위기에 맞추어 구성된 이사회는 회사 전체를 닮는다.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회사가 변신을 계속하면서 도약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넷째, 방관적인 이사회다. 이사회 구성원 일부 또는 전부가 책임 의식이 없다. 책임을 미루거나 전체로서 작동할 용의가 없다. 회사가 잘 될 때는 그런대로 태평성대를 누리겠지만 어려울 때는 짐밖에 되지 않는다. 이 유형의 이사회는 이사들 상호간에 신뢰가 약하고 서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 규모가 커서 이사의 수가 많아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는데 파벌이 생기기도 한다. 그 지경이 되면 매사 결정을 내리기 어렵거나 오래 걸린다.

다섯째, 관료주의 이사회다. 이사회 운영에는 절차와 규칙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정보와 의견의 흐름이 지체되거나 왜곡된다. 이사회에서의 논의도 경직되고 비효율적이다. 또, 이사들이 정보와 자료를 경영진에 전적으로 의존하려는 경향도 발생하고 그는 독립성의 약화로 연결된다.

여섯째, 지나치게 화기애애한 이사회다. 이 유형의 이사회는 장점도 많지만 가급적이면 전원 합의로 경영진을 지원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다. 비판적인 의견이나 반대의견은 가급적 피하려고 하는 성향이 발생한다. 다수가 의안에 찬성하면 독자적인 입장을 취하기 보다는 따라간다. 이사회에 강력한 리더가 있으면 그 성향이 더 강해진다. 장기재임 이사가 많아져도 같다.

회사에 큰 문제가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는 이사회는 위 유형들 중 하나, 또는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이사회다. 결국 이사회는 뭘했냐는 비난을 받고 구성원들이 사퇴하거나 소송의 피고가 된다. 국내 기업들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에도 반영해야 할 지적이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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