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가 좋은 정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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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치가 좋은 정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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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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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가 되면 새 정치가 화두로 등장한다. 시민들의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은 과거보다 나은 새 시대를 열어가는 동력이고, 한국이 자랑하는 역동성의 근원이다. 지난 3월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정치경력이 전무한 전직 검찰총장 윤석열이 야당의 대통령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새 대통령이 기존의 정치인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이 투영된 결과이다. 하지만 정작 새 정치의 정체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선뜻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평생 정치인으로 살아왔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이후의 대통령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직업 정치인 출신이 아닌 새로운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과거와 다른 새 정치를 하겠다고 주장하였다.

오랫동안 정치에 몸담아온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행태의 측면에서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굳건히 정착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인식하고 정치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지도자들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3당합당을 통해 군부세력과 타협하며 집권하였지만, 군사정권의 유산을 청산하고 문민통치의 기초를 다졌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새 정치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국민 통합을 추진하고 대립적 남북관계를 전환하겠다는 새로운 정치의 목표를 제기하였다.

이후의 대통령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면 대체로 정치 경력이 짧은 새 정치인들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길다면 긴 정치 이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정계에서 비주류 생활을 오래 한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성공한 샐러리맨 출신으로 정치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정치의 외부자였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노무현 대통령 시기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정치를 시작했지만 국회 경력이 짧은 정치 지도자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불과 1년 전에 현직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만큼 정치경력이 없는 정치신인이다.

정치경력이 짧은 새로운 정치지도자는 과거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나은 새로운 정치를 기획할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받아왔다. 새롭게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였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 5년은 과거와 단절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새로운 정치를 펼치기에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년만에 집권한 보수정당 소속 대통령이었지만 과거 보수정당의 경제성장 지상주의와 다른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뒤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바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에 노력을 기울였으나 검찰 관련 제도를 개편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했던 국가 비전이 무엇이었지는 임기가 끝난 지금도 분명하지 않다.

새로운 정치인들이 대통령이 되어서 5년간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이전 정부를 비판하며 과거와 단절하는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실정법을 위반하였다면 당연히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분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전 정권을 심판하는 일이 새로운 정치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 비전은 무엇일까. 윤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위기에 빠졌던 보수정당의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5년 임기의 단임제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 후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인을 선호한다는 점은 최근의 대통령선거 결과를 보면 자명하게 드러난다. 새로운 정치인이 대통령으로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정치의 비전을 공유하는 집단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정치적 비전을 공유하면서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바로 정당이다.

정당의 이익집약 및 정책 기획 기능이 취약하다보니 후보 개인을 중심으로 일회성 조직을 꾸려서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관행이 자리잡았다. 민주화 이후 벌써 35년이 지났다. 우리 정당들도 이제 국가의 미래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 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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