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 미국, 펠로시 의원, 대만 방문 강행
  • 뉴스1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 미국, 펠로시 의원, 대만 방문 강행
  • 뉴스1
  • 승인 2022.0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의 연이은 경고에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 미중간 긴장이 최고조를 향해 치닫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이 이르면 2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 도착, 3일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할 전망이다.

앞서 중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을 것이라고 공언해온 만큼 대만을 두고 미중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후시진 환구시보 전 편집장은 “펠로시가 타고 있는 비행기를 격추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펠로시의 항공기를 격추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거의 없으나 중국군이 펠로시가 타고 있는 비행기의 비행을 방해할 수는 있다며 이는 미군의 개입을 촉발, 군사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됨에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하는 이유는 미국이 중국에 확실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 것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기존 지배세력의 자리를 위협해올 때 극심한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을 이른다.

‘역사학의 시조’로 평가되는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펠로폰네스 전쟁은 당시 패권국인 스파르타가 신흥세력인 아테네의 부상을 막기 위해 벌인 전쟁이라며 스파르타가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패권국이 이 함정에 빠지기 더 쉽다. 쫓는 사람보다는 쫓기는 사람이 더 초조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것) 원칙을 존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이 급부상함에 따라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인 대만을 포기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그동안 대만에 취해왔던 ‘전략적 모호성’ 대신 ‘전략적 명확성’으로 대만 정책을 옮겨가고 있다. 미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실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잘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세계에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민족주의 함정에 빠져 있다. 특히 미국이 패권전쟁의 강도를 높이자 중국은 갈수록 세계와 유리되고 있다.

지정학적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른바 ‘킨들버거 함정’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킨들버거 함정은 새롭게 부상한 국가가 기존 패권국을 대신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위기를 뜻한다.

미국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1930년대 발생한 대공황의 원인에 대해 영국을 대체해 신흥 패권국이 된 미국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킨들버거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여러 분야에서 피로감이 쌓여 있던 영국을 대신해 미국이 새로운 패권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미국은 고립주의를 선택하며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역할을 다하지 않았고, 오히려 관세 폭탄을 퍼부어 국제무역 규모가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1930년대 대공황이 발생했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한 원인이 됐다.

미국의 리더십 부족을 신흥 강대국인 중국이 채워줘야 하는데, 중국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민족주의에 빠져 있다.

미국은 투키디데스 함정에, 중국은 킨들버거 함정에 각각 빠진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질서는 아노미(혼돈) 상태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최근 한 국제정치 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등 서방이 지배하는 서구 패권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같은 변곡점에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초강대국 지위에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면서 세계질서도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친미일변도 또는 친중일변도 등 일방에 먼저 줄을 서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선택이다. 명분보다 국익에 초점을 맞추고 패권전쟁의 추이를 봐가면서 어느 일방에 줄을 서도 늦지 않을 터이다.박형기 중국전문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