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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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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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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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한 달 새 30%대까지 급락했다. 출범 초 높은 내각 지지율로 집권당 내 ‘제4파벌’이란 수적 열세를 극복해온 기시다 정권이 기로에 서게 됐다.

기시다의 권력 기반이 흔들리게 된 이유는 우선 많은 일본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國葬) 거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베 전 총리 피격으로 드러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 자민당 정치인 사이의 유착관계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국장과 옛 통일교 사건의 파장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측면이 있다.

기시다의 견제세력이었던 아베의 ‘부재’는 기시다에게 ‘호재’가 될 수 있었다. 최대 파벌인 ‘아베파’가 안정화되지 못한 점도 기시다에게 불리하지 않았다. 기시다도 아베파가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아베의 추모 정국을 발판으로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고자 하는 계산을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기시다는 옛 통일교 문제가 아베파와 우파에게만 타격을 줄 것이라고 과신한 측면이 있다. 옛 통일교와의 유착 문제는 결국 자민당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기시다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남겼다.

기시다가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국민적 지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지금 정국은 기시다에게 유리할 게 별로 없다. 이 때문에 기시다는 정권의 안정을 위해 인사, 정책 결정, 그리고 정책에서 그 성과를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선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 역학 구도가 변화하지 않도록 아베파를 내각에 배치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니시무라 야스토시, 하기우다 고이치 등 아베파 간부를 모두 내각에 기용했다.

또 아베파는 아니지만 ‘아베의 사람들’이라고 해도 좋은 다카이치 사나에, 가토 가쓰노부도 입각시켰다. 아베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기시다 정권의 유약함이 엿보이지만, 안정적인 정권을 위한 미봉책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아베 없는 정국’에서 기시다의 권력이 강해질 가능성은 큰 편이지만, 정권의 흥망을 단정하긴 어렵다. 자민당 내 역학구도 때문이다. 그 유사한 예는 이전에도 일본 정치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일본 정치사상 가장 안정적인 정권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다케시타 노보루 정권(1987년 11월~1989년 6월)도 1988년 ‘리크루트 사건’ 당시 연루자가 줄줄이 드러나면서 붕괴하고 말았다. 따라서 현재 옛 통일교 관련 파장이 일본 정치권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기시다와 같은 ‘고지카이’의 전통을 이어받은 미야자와 기이치 정권(1991년 11월~1993년 8월)의 붕괴 상황도 지금과 유사하다. 그 당시 최대 파벌인 ‘다케시다파’가 노선투쟁으로 분열되면서 미야자와 정권은 그 여파로 단명하게 됐다. 자민당 내 질서와 여론의 변화가 정국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둘째, 기시다 총리는 정책 결정 방식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베는 보수파의 대표로서 안보문제에서 강경한 의견을 표출했고, 경제재정 운영에서도 ‘아베노믹스’(아베의 경제정책) 노선 견지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이에 당내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항상 마지막엔 기시다 총리가 아베와 함께 타협안을 마련하며 합의를 이뤄왔다.

그러나 아베 사후엔 이런 방식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정책 결정은 당내 역학관계를 반영해 복잡해질 게 확실하다.

기시다가 아베와 함께 공유했던 권력을 모두 장악할 수 있을진 아직 알 수 없다. 이는 다나카 가쿠에이와 나카소네의 예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나카소네 내각(1982년 11월~1987년 11월) 시기엔 자민당 내 최대 파벌 다나카파가 실권을 가져 ‘다나카소네 내각’이라고 일컬어졌다. 나카소네 총리는 다나카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게 정권 운영의 중요 과제였다.

그러나 나카소네의 권력 구조 개편은 예상치 못한 형태로 실현됐다. 다나카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나카소네는 손쉽게 권력 구조 개편을 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또 그는 독자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나카소네는 다나카 ‘뿌리뽑기 정국’을 주도해 장기 집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셋째, 기시다는 경제정책 성과를 내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주장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는 과거 내각의 정책들과 차이는 있지만, 이 역시 분배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21년 중의원 선거와 2022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유사한 입장을 가진 입헌민주당은 의석을 잃었지만, 구조개혁을 주장한 일본유신회는 중·참의원 두선거에서 모두 의석수를 늘렸다. 자민당의 분배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일부 유권자들이 일본유신회에 표를 준 것이다.

현재 기시다 정권의 ‘최대 과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고물가를 잡는 것이다.

일본에서 자민당을 위협할 만한 야당은 없다. 그러나 자민당이 과거처럼 분배정책에만 몰두한다면 일본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아베가 하지 못했던 구조개혁은 기시다에게 주어진 과제다.

구조개혁은 당내 정치 전략과 정책의 대립축이 돼 정국의 불안정을 가져오기도 한다. 기시다가 자민당 내 반대를 무릅쓰고 얼마나 구조개혁을 이뤄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기시다 총리가 보통 정치인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권력 정치인으로 둔갑해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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