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희망을 건져올린 낚시대회
  • 모용복국장
포항의 희망을 건져올린 낚시대회
  • 모용복국장
  • 승인 20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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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풍경
포항 유해 외래어종 잡기 대회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개최
전국서 100여 명 낚시객 참가
태풍 피해 포항 모처럼 웃음꽃
유해 외래종 잡고 추억도 낚아
수해 복구와 토종 생태계 복원
포항 미래 위한 두 수레바퀴다
아직 여명(黎明)이 채 가시지 않은 10월의 두번째 주말.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 답게 날씨가 꽤 쌀쌀했다. ‘2022 포항 생태계 교란 유해 외래어종 잡기대회’가 열리는 포항시 남구 연일읍 조박저수지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조사꾼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저수지 인근 공터에 주차를 하고 행사장에 도착하니 참가자들이 예상보다 많아 다소 놀랐다. 간단한 개회식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적계지 곳곳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고기를 잡아올리는 탄성이 들려왔다. 여성 조사들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있어 대회라기보다 흡사 나들이 분위기를 연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대회라 그런지 대회 관계자들도 낚시객들도 마냥 신이 난 모습이었다.

이날 시상식에서 행운상을 수상한 김경표(13·대구시 대곡동) 군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에서 아빠와 함께 새벽에 이 곳에 왔다. 김 군은 “아빠와 함께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에서 열리는 낚시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며 “유해어종도 잡고 행운상까지 수상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다둥이상을 받은 일가족 네 명은 “물고기를 많이 잡지 못해 많이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적 외래어종인 배스의 국내 유입은 1973년 6월 15일 국립수산진흥원 산하의 청평 내수면 연구소에 치어 500마리를 미국의 루이지애나주로부터 들여온 것이 시초다. 배스는 연간 10cm 이상 자라고 1회에 약 2~3만 개의 알을 수차례 산란하며 부화율과 치어 생존율이 90%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붕어·쏘가리 등 토종 어류부터 민물새우·개구리까지 모조리 잡아먹어 1998년 환경부 지정 1급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엄청난 번식력으로 인해 심각한 환경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전국 1만8000여개의 저수지 절반 이상에 배스를 비롯한 외래어종이 퍼져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순둥이인 우리 토종어류들은 이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포항 유해 외래어종 잡기대회는 이처럼 무너진 토착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포항시와 경북도민일보가 손잡고 매년 개최해고 있는 행사다. 또다른 의미에서 포항을 복구하는 일이다.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집과 공장, 붕괴된 도로를 복구하고 외래종으로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은 두 수레바퀴처럼 포항을 미래로 향하게 하는 동력이다.

지난달 초 태풍 ‘힌남노’ 내습으로 아직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포항에 모처럼 아이들의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날 전국에서 새벽 댓바람에 포항을 찾은 100여 명의 낚시객들이 건져올린 건 유해 외래종 만이 아니었다. 가족애(愛)와 잊지 못할 추억이요, 포항의 희망이었다. 낚시객들의 탄성과 아이들의 웃음꽃은 태풍 피해로 활기를 잃은 포항에 다시 희망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대회장소인 이 곳 조박저수지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서는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피해 복구 작업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흘린 땀방울이 포항시민 혈맥에 뜨겁게 흘러 희망을 복구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 달간 치운 쓰레기가 포항지역 1년치 쓰레기 양의 절반에 달한다”며 태풍 피해 심각성 전한 고원학 환경국장을 비롯해 바쁜 가운데에서도 행사 개최를 위해 애써 준 신정혁 과장 등 포항시 공무원들에게 감사드린다. 또 수고로움을 마다않고 아침 일찍 행사장을 찾아 축사를 해준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과 원활한 운영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준 경북낚시협회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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