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와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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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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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10년 만에 보수세력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며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다. 활기찬 시장 경제와 능동적 복지, 국민을 섬기며 성숙한 세계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국정지표를 기치로 내걸고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출범한 지 두 달여 만에 이명박 정권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한미 FTA 협상의 점진적 이행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허용하자마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기 때문이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허용한 초기에는 축산업계와 야당이 반발했지만, 전국적인 시위에 불씨를 지핀 것은 MBC 방송사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였다. 앉은뱅이 소가 쓰러져 버둥대는 모습, 아레나 빈슨이라는 미국 흑인 여성의 광우병 사망 등을 다룬 음울한 영상은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집회는 몇 달간 지속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뇌송송 구멍탁” 구호를 외치며 중학생들마저 거리로 쏟아져나와 “나는 죽기 싫어요”라고 외쳤다. 광우병 사태로 이명박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식물정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중에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PD수첩이 보도한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미국 국내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섭취로 사망한 사람은 3명 정도이며 이조차도 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앉은뱅이 소는 광우병이 아니라 증상이 비슷한 다우너병에 걸린 것이었고, 광우병으로 사망했다는 아레나 빈슨은 당시 주치의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말한 의료적 소견을 마치 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편집하여 보도한 것이었다. PD수첩으로 발발한 광우병 사태는 극심한 사회 갈등과 분열, 국가 이미지의 실추를 유발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은 돈으로 가늠할 수조차 없지만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아래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에도 박근혜라는 한 인간에 대한 인격 살인적인 거짓, 왜곡, 과장된 뉴스가 난무했다. “세월호 침몰할 때 박 대통령은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 “청와대에 굿판을 벌였다.” “국민 세금으로 비아그라를 샀다” 등의 수십 가지 가짜뉴스가 나돌았고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국민은 언론이 쏟아내는 뉴스를 보며 격분해 마지않았다. 기소된 박근혜 대통령은 죄목마다 직접증거가 단 하나도 없었음에도 사법 역사상 전무후무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사실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이 가진 힘은 실로 막강하다는 점이다. SNS가 고도로 발달한 시대라 할지라도 국민 개개인은 파편화되고 단편적인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지만, 언론은 매체를 통해 집약된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전달한다. 그래서 언론은 그 어떤 기관보다도 합리성, 객관성, 중립성, 공정성, 청렴성이 중요하다. 언론이 본분을 잊고 정치·경제적으로 공정성을 잃거나, 진실을 감추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국민에게 전달하면 사회가 혼란해지고 국가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순방 막말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언행도 탐탁치 않지만 MBC의 보도 행태는 더욱 문제다. 서울대, 숭실대 등의 음향 분석 전문가와 교수들이 첨단장비를 이용해 분석해봐도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MBC는 자막까지 넣어 방송했다. 자막을 통해 시각적으로 먼저 정보를 획득하고 들으면 각인 효과로 인해 그렇게 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로 볼 때 MBC의 보도는 국익 따위는 애초에 안중에도 없고 윤석열 대통령 흠집내기에 골몰하지 않았냐는 심증을 지울 수 없다.

언론은 사법, 입법, 행정부에 이어 제4의 권력으로 불린다. 권력을 견제하고 여론을 형성하여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언론은 국민이 세상을 보는 창이다. 그 창이 붉으면 세상도 붉게 보이고, 그 창이 푸르면 세상도 푸르게 보인다. 언론의 편파성으로 인해 국민 또한 세상을 붉게 보는 쪽과 푸르게 보는 쪽으로 갈라져 분열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지금 국민이 언론에 바라는 건 이것이다. “뜨거운 가슴으로 진실을 추구하고 앙망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불타오르는 혼(魂)을 회복하기를”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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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2022-10-12 16: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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