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곳간 빼먹기 중단해야 한다
  • 손경호기자
무분별한 곳간 빼먹기 중단해야 한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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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뒷일은 어떻게 되든 생각하지 않고, 당장 좋으면 그만인 것처럼 무턱대고 행동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도 있다. 양잿물은 빨래할 때 때가 잘 빠지게 하기 위해 사용하던 물질이다. 즉, 공짜라면 세제로 사용하는 독극물도 마신다는 뜻이다.

그런데 올해 국감에서는 공짜라면 물불 안가리는 공공기관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교육청의 관사 관리비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교육감, 교육장이 거주 목적으로 지원되는 관사에서 사용한 아파트관리비와 도시가스, 상하수도, 보일러운영비, 인터넷 및 전화요금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비용까지 혈세로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교육청은 공기청정기 및 비데 임차료까지 지원하고 있었다. 2020년부터 2022년 8월 현재 기준 비용만 무려 9억 2,499만원이나 됐다. 조례상 관사 운영비는 사용자부담이 원칙인데, 예외규정을 두고 1·2급 관사만 여전히 특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이 사용하는 1급 관사, 부교육감 및 교육장 등이 사용하는 2급 관사, 그 외는 3급 관사로 구분된다. 시도교육청이 1, 2급 관사에만 개인이 사용한 관리비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은 분명한 특혜이다. 같은 2급 관사라 할지라도 교직원이 사용하는 관사에만 사용자부담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즉, 교육감, 부교육감, 교육장만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다.

2년 전 국감 지적 후 1·2급도 사용자부담으로 전환한 교육청은 겨우 강원, 경북, 전남, 충남 4곳 뿐이었다.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는 1급 임원이 국내 대학교 교육을 수료하는 과정에서 체재비 1,145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2021년 스웨덴, 캐나다, 영국에서 학위를 받았던 3~4급 공사 직원들이 학위 취득을 위해 해외에 체류하면서 체재비를 받은 사례는있다. 하지만, 국내 대학교 과정에서 체재비를 받았던 사례는 최근 5년 동안 이 임원이 처음이라고 한다.

항만공사는 ‘국내 장기위탁교육훈련 업무지침’에 따라 체재비 지원이 가능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쉽게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국민의 혈세가 줄줄 세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3년(‘20~’22)간 전북을 제외한 16개 교육청이 ‘교육재난지원금’과 ‘입학준비금’ 등의 명목으로 7,569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뿌렸다고 한다.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교육재난지원금 등 다양한 명칭으로 1인당 5만원~30만원씩 현금 또는 지역화폐 등으로 지급했다. 부산, 인천, 강원, 전남, 제주교육청은 2차례나 지급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감염병 대응 및 고령인구 급증에 따른 복지수요 증가, 국비보조금 대응 투자비 증가 등 재정여건이 갈수록 어려워 지방채까지 발행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매년 지방자치단체에서 각 시·도교육청에 이전하는 법정 및 비법정전출금 총액규모를 보면 2017년 11조3,674억원에 비해 2021년에는 13조1,661억원으로 약 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학생수는 감소하는데, 전출금이라는 ‘도깨비 방망이’때문에 돈이 쌓이다 보니 교육청들이 소화불량에 걸릴 지경인 것 같다. 돈이 남아도니 포퓰리즘성 현금살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무분별하게 곳간을 빼먹다가는 풍족해 보이는 곳간도 곧 비워질 것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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