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헌에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 도서를 수장하며
  • 경북도민일보
문정헌에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 도서를 수장하며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2.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주시 태종로에 있는 한옥 ‘문정헌(文井軒)’. 이 아름다운 문화공간은 한글문학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문을 열었다.

경주에서 개최된 ‘제78차 국제펜세계대회’를 기념하는 도서관으로 헌정된 태생의 내력이 그것을 말해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와 월레 소잉카가, 바로 이곳 경주를 다녀갔고, 당시 최양식 시장이 그것을 기념하고자 ‘문정헌’ 건물을 헌정하고 그 뜰에 기념 벤치를 설치한 것이다. 문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에게는 실로 기념비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당시 제주도는 르 클레지오가 제주도를 방문했다고 명예시민으로 위촉한 바 있다.

문정헌이 이처럼 ‘기념관’으로 헌정된 것이니만큼, 우선 그 본래의 설립목적에 맞게 제 기능을 갖추고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곳에서 문학의 향기가 풍기어 나고 시민들은 물론 한국의 문학인들이 사랑하는 멋진 공간으로 가꾸어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이를 가로막는 장애가 있어 문정헌이 날로 퇴락해가고 있었다. 그것은 문정헌 건물이 신라 왕경 유적 지구에 존재하여 향후 철거해야 하므로 시설 확충은 물론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이후 경주시는 이곳을 ‘북카페’라 명명하고 임시직(바리스타) 한 명을 고용하여 커피 등 차를 판매하고 있을 뿐 사실상 그 퇴락을 방조하고 있다. 물론 그 나름의 고심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정헌이 그 자리에 존립하는 동안에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사랑으로 가꾸어 나가야 함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문정헌 안에는 서가가 있고 대략 5천여 권의 장서가 수장되어 있다. 2012년 무렵에 국제펜한국본부 회원들이 기증한 도서들이다. 그러나 이 도서들이 당시는 가치가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독서 가치가 현저히 상실된 책들이어서 폐기 처분을 해야 할 단계에 이르러 있다. 지난 과정을 돌이켜 보면, 경주시가 문정헌을 ‘작은도서관’으로 적극 운용하지 아니한 것, 설치되어 있던 ‘문정헌운영위원회’조차 유명무실화하여 사실상 폐지한 것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그런 한편 국제펜한국본부도 ‘세계한글작가대회’라는 큰 행사를 치르는 데만 관심을 두었을 뿐 문정헌의 장서의 확충이나 문화행사 활성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과 성의가 부족하였다. 그에 따라 현재 문정헌은 민간의 도서관이나 동네의 사설도서관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여 문학인으로서도 매우 부끄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경주지역위원회는 올해 202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문정헌 장서 특성화를 결의하고 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특성화의 주제는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 도서 전시관’이다. 경주지역위원회는 제8회 세계한글작가대회의 붐업 행사로서 장서 특성화에 맞게 약 200여 권의 책을 우선 구비하고 11월 4일 수장식을 거행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비록 경주지역위원회의 역량만으로 하는 일이라 미미한 점이 있으나 앞으로 유관 기관의 협조를 얻어내어 이 사업을 연차적으로 확대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경주시민의 관심과 문학애호가들의 사랑 속에서 우리 ‘문정헌’이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 도서 전시관’으로서 제 면모를 갖추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된다면, ‘문정헌’은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노벨문학상 수상작품 전시 도서관 테마로서 문학인들에게 사랑받고 문학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는 또 단지 문학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경주지역은 물론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 체험 학습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후세들이 경주를 찾고 문정헌에서 노벨문학상의 가치 인식을 더 심화하는 계기를 얻게 된다면 그 얼마나 감동이 크겠는가. 조기현 국제펜 경주지부 사무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