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어떻게…"그만 잊으라" 이말은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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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어떻게…"그만 잊으라" 이말은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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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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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해밀톤 호텔 이태원 압사 참사 사건 현장에 해밀톤 호텔 측 분홍 철제 가벽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를 직접 경험한 이들은 물론 그저 TV나 인터넷을 통해 본 사람들까지 우울과 좌절감, 무력감이나 메스꺼운 느낌, 가슴이 짓눌린 듯한 갑갑함을 호소하고 있다. 세월호에 이은 또다른 국가적 재앙에 뉴스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고,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이 증세들은 이른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병의 증세다.

PTSD는 전쟁과 고문, 성폭력, 자연재해, 사고 등 큰 공포감을 느끼는 사건을 경험하고 난 뒤 사건 후에도 계속되는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지장을 받기도 한다.

PTSD는 사건을 겪은 후 금방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한달 후나 심지어 30년 후에도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은 꿈이나 반복되는 생각을 통해 외상을 재경험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외상과 연관된 상황을 피하거나 무감각해진다. 자율신경계가 과각성되어 쉽게 놀라고 집중력 저하나 수면 장애, 짜증이 증가되는 증상도 나타난다.

베트남 참전 용사의 약 30%가 PTSD를 경험했다고 하는데 미국 영화 등에서 자주 나오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병사들의 우울증, 알코올이나 약물중독, 공격적 성향, 공황 발작 등도 PTSD의 영향이다.

하지만 전쟁 등 외상적 사건에 노출됐다고 모두 PTSD를 앓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생 중 큰 상처로 남을 외상을 경험하는 경우는 남성이 60%, 여성이 50%라고 한다. 그런데 이 중 여성이 20%, 남성이 8%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외상에 더해 다른 생물학적, 정신사회적 요소가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체 환자의 30% 정도는 치료받지 않아도 저절로 증세가 호전된다. 나머지는 증상이 악화되거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뇌에 있는 공포나 기억의 회로가 활성화된 상태라 ‘그만 잊으라’는 주위의 조언이나 본인의 결심은 크게 도움이 안된다.

전문가들은 외상성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경우, 증세가 1개월 이상 나타나는 경우, 고통의 정도가 크거나 사회·직업적 기능이 크게 손상된 경우 등으로 PTSD 여부를 진단한다.

치료에는 심리요법과 약물요법 등이 쓰인다. 심리치료는 외상을 과거의 것으로 끝내기 위해 환자를 지지하고, 기억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후 약물치료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를 사용한다. 이 약제는 PTSD의 특성 뿐 아니라 다른 불안이나 우울 증상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그외에 다양한 정신치료 요법이 사용된다.

직접 사고를 겪지 않더라도 사고 현장 등에 대한 소식에 수시로 노출되면 PTSD를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태원 참사 관련해 SNS 상에서 수십명이 한번에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있는 모습과 모자이크 처리 없이 사망자들을 수습하는 모습 등을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경우 PTSD를 비롯해 기억력·집중력·판단력 저하, 의사결정 곤란 등의 인지반응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여과 없이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도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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