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감사하는 날, 유엔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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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감사하는 날, 유엔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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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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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보훈행사로 부산 유엔기념공원(UN Memorial Cemetery in Korea)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부산을 좋아해서 자주 방문했건만 해운대나 서면 같은 유명 관광지와 멀지 않은 이 공원을 그전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유엔기념공원이 문자 그대로의 공원이 아니라 전 세계 유일의 유엔참전용사 공원묘지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화창한 가을날, 인적 드문 공원묘지를 둘러보는 경험은 색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참전국별로 특색이 묻어나는 묘역에 나지막이 자리 잡은, 외국 이름이 새겨진 비석을 보면서 이분들은 어째서 이 머나먼 나라까지 와서 여기에 묻히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소는 ‘무명용사의 길’이라고 명명된 곳이었다. 안장국을 상징하는 11개의 물의 계단과 참전국을 상징하는 22개의 분수대 등으로 구성된 시설인데, 상징을 모르고 보더라도 뜻 모를 아련함과 슬픔이 묻어나는 곳이다. 잔잔한 수면 위로 비치는 풍경을 보다 보면, 묘지에 잠들어 계신 참전용사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이 고요한 평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물어보면 열의 아홉은 ‘빼빼로 데이’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유엔기념공원에서의 11이라는 숫자는 희생이자 추모의 숫자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고 감사하기로 다짐하는 날이 11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자 ‘턴투워드 부산’이다.

이날이 ‘턴투워드 부산’으로 불리는 이유는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전 세계 사람들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고 추모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한국전쟁 중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11개국 2315명의 유엔 장병들이 잠들어 계신 전 세계에 유일한 유엔묘지이며,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자 영 연방 24개국의 현충일, 미 재향군인의 날임과 동시에 우리나라 해군의 창설일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의 현충일에 해당되는 이날이 턴투워드 부산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2007년,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참전했던 캐나다의 빈스 커트니씨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이듬해인 2008년 정부 주관행사로 격상됐고 2014년부터는 22개 유엔참전국과 함께하는 국제추모행사로 발전하였다. 2020년에는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11월 11일이 법정기념일인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아직도 전쟁의 위협이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정전국가이다. 평화를 위해서는 자주국방만큼이나 동맹국과의 든든한 우호관계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때에 6.25전쟁 당시 꽃다운 젊음과 생명을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바친 유엔참전용사들의 희생이 더욱 고귀하게 느껴진다.

그 희생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국가보훈처에서는 매년 유엔참전용사 초청 행사와 더불어 외국 현지에서 감사 행사를 하거나 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장학사업을 전개하는 등 보훈외교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데 힘쓰고 있으며,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은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가 이룬 기적 같은 발전을 보고 자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격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이처럼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행사나 다양한 국제보훈사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우리 국민들의 추모하는 마음일 것이다. 유엔기념공원 홈페이지에 마련된 ‘온라인 헌화’ 코너에서는 클릭 몇 번 만에 전체 헌화, 나라별 헌화 등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으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한 번쯤 헌화해 보시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도 가끔 가만히 눈을 감고 물의 계단을 떠올려본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피 흘린 이름 없는 외국 군인의 흑백 사진을 떠올려본다. 우리들에게 11월 11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전하는 마음으로 유엔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로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미현 경북북부보훈지청 보상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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