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79일만에 산소호흡기 떼고 퇴원 준비합니다
  • 이진수기자
포스코, 79일만에 산소호흡기 떼고 퇴원 준비합니다
  • 이진수기자
  • 승인 2022.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힌남노 때 포항 시간당 101㎜ 폭우
제철소 곳곳 620만t 흙탕물 유입
사상 초유의 전공장 가동 중단 조치
수년간 복구·재건설 최악 사태 막아
‘포스코가 언제 가능성 갖고 일했나
무조건 해보자’ 외치며 직원들 혼신
올해 압연라인 15개 공장 복구 예정
내년 초 완전체 정상조업 가능할 듯
세계 철강사들 포스코 능력에 ‘감탄’
50여년 기술력·임직원 헌신적 노력
각계각층 지원·자원봉사·응원 결과
도전·위기극복의 ‘회복탄력성’저력

포스코 포항제철소 태풍 피해 복구 현장을 가다

“사람으로 치면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 중환자에서, 지금은 일반병실에서 회복으로 퇴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은 기자에게 신경철 포스코 포항제철소 행정부소장은 지난 9월 6일 초대형 태풍 힌남노에 따른 피해 당시에는 포항제철소 상태를 생명이 위독한 중환자에, 태풍 79일이 지난 이날에는 곧 퇴원을 앞둔 일반 환자에 비유했다. 포스코가 건강한 정상인에 가깝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포스코가 위기 극복에 강한 ‘회복 탄력성’으로 조만간 완전체의 정상 조업을 앞두고 있다.

태풍 힌남노는 9월 6일 포항에 시간당 101mm의 비를 퍼부었다. 4시간 기준 354.5mm이며, 최대 500mm의 기록적인 폭우였다.

500년 빈도 확률 강우량이 4시간에 205.9mm 라고 하니 이날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졌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강물 만조 시간대와 겹치면서 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해 포항제철소를 덮쳤다.

포항제철소는 이날 620만t의 흙탕물이 유입돼 공장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다. 수위가 무려 1∼2.5m였다.

포스코가 9월 6일 초대형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제철소 곳곳이 침수와 정전으로 고로(용광로) 등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태풍 피해 복구에 나선 포스코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포항제철소 2고로의 쇳물이 다시 출선되고 있다. 포스코는 내년 2월께 완전체의 정상 가동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가 9월 6일 초대형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제철소 곳곳이 침수와 정전으로 고로(용광로) 등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태풍 피해 복구에 나선 포스코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포항제철소 2고로의 쇳물이 다시 출선되고 있다. 포스코는 내년 2월께 완전체의 정상 가동을 앞두고 있다.

태풍 ‘힌남노’ 포항에 물폭탄

침수로 정전되고 제철소의 상징인 거대한 고로(용광로) 모두(3기)가 휴풍(쇳물 생산 일시 중단)에 들어가는 등 제철소 모든 공장의 조업이 한순간에 중단됐다.

이날 기자가 찾은 2고로는 평소처럼 시뻘건 쇳물이 끊임없이 출선되고 있었다.

산업의 쌀이라는 철강에 있어 상공정인 고로의 쇳물 생산은 제철소 가동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진보 포항제철소 선강 부소장은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 고로에서 쇳물을 출선한 이후 50년 동안 수 많은 태풍이 지나갔지만 제철소의 상징인 고로를 세우는(중단)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면서 “고로 중단은 제강, 연주, 압연 등 하공정의 올 스톱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건 오버하는 것이다”며 당시 자신의 짧은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회사는 공장 침수시 화재와 폭발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고로를 비롯해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공장의 가동 중단이라는 포항제철소 54년 역사상 유례 없는 특단의 방재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쇳물이 굳는 냉입 발생을 사전 방지한 가운데, 휴풍 4일만인 10일에 3고로 출선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큰 고비를 넘겼다.

이어 12일에 2고로와 4고로의 재 가동으로 피해 복구의 의욕을 불태웠다.

김 부소장은 “그때 고로를 중단하지 않고 평소처럼 가동했더라면 정전에 따른 고로 내 쇳물이 굳어져 수년 간, 심지어 고로를 철거하고 다시 짓어야 할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었다”면서 “고로 가동 중단은 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안전사고를 예방한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고 말했다.

고로가 재 가동되자 직원들은 “조상들이 포스코를, 우리를 도운 것이다”는 말까지 했다.

포스코의 명석한 선제적인 대응 조치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고로에 이어 1열연공장은 10월 6일부터 재 가동됐다.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의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열연공장은 12월 정상 조업을 갖는다.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의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열연공장은 12월 정상 조업을 갖는다.

'신의 한수'로 고로 4일만에 재가동

공장 지하가 모두 침수됐으나 고객사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우선 순위로 1열연공장을 복구한 것이다. 각종 전기설비들이 물에 닿으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물기를 제거하는 데 많이 힘들었으나, 지금은 하루 1만t의 제품을 생산하는 등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1열연공장보다 2열연공장의 피해가 심각했다. 공장 내 토사(뻘)가 30㎝ 정도 쌓이기도 해 배수에만 무려 한달이 걸렸다.

배관 등 여러 가지 설비를 교체했으며 공장 밖으로 기계를 반출해 분해·수리하기도 했다. 내화물은 98%나 교체했다.

아직도 침수 피해의 흔적이 공장 곳곳에 상흔처럼 남아 있었다.

손승락 포항제철소 열연부장은 “참으로 어려운 복구 과정이었지만 이제는 잘 마무리되고 있다”며 곧 재 가동을 자신했다.

손병락 포스코 명장은 태풍 당시 제철소 곳곳은 마치 중국의 황하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침수가 심했다고 회상했다.

모두가 망연자실해 넋을 놓고 있을 때 손 명장은 “포스코가 언제 가능성을 갖고 일을 했나. 무조건 가는 거다”면서 동료·후배들을 격려해 피해 복구에 혼신을 다했다.

침수 피해가 가장 심한 포항제철소 18개 압연라인 중 현재 7개 공장이 재 가동 중이다. 12월에는 2열연공장을 비롯해 2냉연공장, 2선재공장, STS2냉연, 1전기강판공장 등이 순차적으로 조업에 들어간다. 올해 안으로 압연라인의 15개 공장을 복구할 예정이다.

나머지 도금CGL(대부분 올해 가동)과 STS 1냉연(일부 올해 가동)은 내년 1∼2월 복구가 완료될 것으로 보여 조만간 포항제철소가 완전체의 정상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포항제철소의 조업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 이처럼 빠른 시간에 괄목할 만한 복구를 이룬 것은 세계 철강사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포스코의 슈퍼 바이저 에사키 유이치로는 “태풍 수해가 발생하고 처음 포스코에 왔을 땐 상황이 매우 심각했지만, 단기간에 이 정도까지 공정을 복구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며 포스코의 능력에 감탄했다.

포스코의 신속한 피해 복구는 △조업중단이라는 선제적 대응 △세계 최고의 철강 기술력 △임직원들의 열정과 헌신 △지자체 및 타 기업체의 지원 △시민 및 자원봉사자들의 응원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포스코가 태풍의 위력을 충분히 인지한 가운데, 태풍 전일 전공장의 조업중단이라는 선제적, 적극적 사전 대응을 한 것이 더 큰 피해를 최소화 했으며, 복구 과정에서도 안전 준칙으로 2차 피해 예방에 중점을 두었다.

포스코의 철강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포스코 명장과 수십 년 간 근무한 전문 엔지니어 등 고숙련 직원들의 노하우, 그리고 MZ 등 젊은 세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 등이 피해 복구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최근 태풍 피해 복구를 완료한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이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태풍 피해 복구를 완료한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이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성숙한 공동체 사회의 값진 열매

여기에 임직원들의 열정과 노력, 포항시와 경북도 등 지자체, 현대중공업과 해외 철강사, 군부대 등에서 피해 복구를 위해 보내준 첨단 기계설비, 포항 또는 멀리서 한걸음에 달려온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응원도 큰 힘이 됐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하루 평균 1만 5000명, 태풍 발생 이후 78일 간 100만여 명이 복구에 참여했다.

성숙한 공동체 사회가 일궈낸 값진 결과이다.

포스코는 또한 고객사와 공급사 등에 제품의 적기 공급에 따른 수급 안정화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렸다.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연관 산업에 동맥이 끊기지 않게 한 ‘철강산업 생태계’ 보호이다. 천재지변의 암울한 상황에서도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한 것이다.

제철소 전체의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라는 최대 위기에도 빠른 시일 내 극복하는 포스코의 이러한 저력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회복 탄력성’이다.

회복 탄력성은 도시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테러, 안전사고와 같은 충격적인 사회적 사건 등 큰 재난에도 불구, 이에 적응해 나가거나 변화에 맞게 시스템을 변형해 가면서 도시의 시스템을 회복하고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불굴의 도전 정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포스코가 이번 태풍에서 그에 걸 맞는 강인한 회복 탄력성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 부소장은 “태풍 피해 당시 제철소 복구에 수년 또는 제철소를 다시 지어야 한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포스코 50여년 기술력과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각계 각층의 지원으로 불과 몇 개월 만에 대부분 공장들이 조업을 하고 있으며 조만간 완전체의 정상조업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