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이던 벤투의 4년, 이제 2026년 향한 플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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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이던 벤투의 4년, 이제 2026년 향한 플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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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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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1대 4로 패배한 대한민국 손흥민이 응원단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2.12.6/뉴스1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황인범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22.1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오후 경기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선수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2022.11.11/뉴스1
2018년 8월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파울루 벤투 감독과의 동행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사상 처음으로 4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던 벤투 감독은 월드컵 무대에서 공들여 준비했던 ‘우리만의 축구’를 구사하며 2010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의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많은 박수를 받았던 ‘벤투호’의 시간은 끝났다. 축구는 계속되고 다음 월드컵은 금방 찾아온다.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4년 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벤투 감독 이전까지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독이 든 성배’로 불렸다. 많은 관심 속에 조금이라도 성적이 부진하면 경질되는 경우가 많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눈높이는 올라갔고, 이를 충족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장 최근이었던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소방수’로 신태용 감독이 급하게 사령탑에 선임됐으나 1승2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무래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기에 팀은 어수선했고, 한국만의 무기를 갖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한축구협회는 러시아 월드컵을 마친 뒤 2018년 8월 벤투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다. 임기는 카타르 월드컵까지로 못 박았다. 일부에서는 그 기간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으나 벤투 감독은 꿋꿋이 자신의 축구 철학을 펼쳤다.

벤투 감독은 보수적인 선수기용과 유연하지 못한 전술 등으로 인해 카타르 월드컵 직전까지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강팀을 상대로 빌드업 축구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의심 어린 눈초리가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모두의 예상을 깨는 그림이 펼쳐졌다. 벤투 감독과 태극전사들은 점유율을 통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빌드업 축구’를 강팀들을 상대로도 당당하게 구사했다.

우루과이(0-0 무), 가나(2-3 패)를 만나 물러나지 않으며 맞섰던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우승후보급 포르투갈을 2-1로 잡아내며 극적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단순히 우연이 아닌, 우리만의 축구를 펼치면서 거둔 성과라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아쉽게 16강서 최강 브라질에 막혀 도전은 끝났으나 대표팀 선수들은 입을 모아 “우리는 한 번도 벤투 감독의 축구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4년의 준비시간 동안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신뢰가 쌓였고, 준비했던 축구를 그라운드에서 실제 구현했던 시간이다.

이제 벤투 감독과 결별한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사령탑 선임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 지도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할 예정이다.

벤투 감독의 성공을 지켜본 협회는 긴 호흡을 통해 차기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팀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를 고민하고 있다. 도하에서 만났던 대한축구협회 고위관계자도 자기 색깔을 낸 벤투 감독의 성공을 바라보며 사령탑 선임에 있어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공감하고 있었다.

한국 축구는 12년 만의 원정 16강이라는 결과물에 취해 4년간 공들였던 것들이 무너지는 과오를 겪으면 안 된다. 어느 감독이 오더라도 벤투 감독과 비교될 수 있기에, 모두가 다시 인내하고 다음 지도자와 그의 팀이 자리를 잡을 시간을 허락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 커리어 3번째 월드컵을 보냈던 김영권(울산)은 뼈 있는 말을 전했다.

김영권은 “과거에는 허무하게 탈락한 적이 대부분이었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워낙 안 좋아 모든 경기들이 힘들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력도 만족스럽고 그러면서 결과도 얻어왔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대회였다. 4년 간 준비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는 토너먼트에서도 이기는 방법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를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다만 벤투 감독이 4년 4개월의 시간에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것처럼 장기적인 구상과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유능하고 뚝심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물론 그 시간을 기다려줘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한순간에 ‘뚝딱’ 얻어지는 것은 없음을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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