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의료보험 계획은 사명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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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의료보험 계획은 사명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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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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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는 동안에 여러 가지 원치 않는 일을 겪는다. 크고 작은 질병에 걸릴 수도 있고, 직장에서 상해를 입을 수도 있다. 나이 들어 노쇠해질 때쯤이면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들이다. 이러한 질병·상해·노쇠 등은 노동능력 상실을 동반하여 곧바로 소득 획득의 중단으로 이어진다. 소득이 없는 노년층의 생활고, 돈이 없어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이 늘어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1986년도에 국민연금법을 만들어 공포했고, 국민건강보험은 1989년 노태우 정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 골격이 만들어졌다가 김대중 정부에서 분산된 개별조합을 통합하면서 현재의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질병·사고·노쇠 등으로 소득이 중단된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적 생활 보장을 위해 보험제도를 활용하여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강제적 사회보험이다. 시행 초기에는 국민적 합의 부족으로 국가가 세금을 더 받아내려는 수작이라며 중장년층의 반발이 극심했다. 그러던 사람들이 막상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거나, 연금을 받기 시작하자 “이보다 더 좋은 제도는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명실공히 국민건강과 복지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런데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연금 기금 고갈과 건강보험의 적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먼저 국민연금부터 살펴보자. 현 상태로는 국민연금 납입자가 수급자보다 많다. 2040년까지 적립금이 1000조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수급자는 증가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로 납입자는 감소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2055년이 되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90년대 젊은 층들의 불만도 여기에 있다. 연금을 실컷 내기만 하다가 정작 자신들은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도 자구책으로 기금을 불리기 위해 주식투자 등 수익성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런 불확실한 방법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핵심적인 대책은 간결하다. 결국 연금을 개혁하여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방법뿐이다.

국민 건강보험은 어떠한가.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국민연금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재정적자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건강보험은 매년 흑자를 내어 21조 원을 적립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 방문이 감소하여 작년에는 잠시 흑자를 내기도 했지만, 내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6년 후에는 적립금은 소진되고 매년 6~7조 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한다. 건강보험 수지 악화의 주된 요인은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이른바 “문재인 케어” 정책을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화두로 미용·성형을 제외한 3800여 개의 비급여 진료 항목을 완전히 없앤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을 지속한다면 2040년에는 누적 적자가 67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해결하는 방법 또한 간단명료하다.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 항목을 줄이고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뿐이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 고갈과 건강보험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개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 문제는 국민 실생활과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된 이 두 가지 제도의 개혁에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정권마다 속내는 이랬을 것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일이라지만 더 내고 덜 받는 것을 좋아할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함부로 손댔다가 릴레이처럼 1.7년마다 지방선거-총선-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에서 집단반발에 따른 민심 이탈로 선거에 폭망하면 어쩌나. 다음 정권에서 하겠지”라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개혁은 사명감이 필요한 것이다. 돌이킬 수 없고 헤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기 전에 당장은 비난을 받고 욕을 먹더라도 국가 미래와 국민안녕을 위해 꼭 해야만 할 일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정권마다 실패한 해묵은 숙제를 이번엔 꼭 해결하셔서 역사적 평가를 받으시길 바란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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