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위와 워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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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위와 워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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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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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스터에서 계묘년 새해를 맞는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 두 마리 토끼가 새해에 늘 함께 하시기를. 영상 10도의 쾌적한 겨울 날씨다. 겨울이면 낮보다 밤이 2배쯤이나 길다. 딸아이 결혼식 겸 연말연시를 보내며 느끼는 독일 체류 중의 단상(斷想)이다.

독일은 4차산업혁명의 종주국. 그러나 일상에서는 오히려 ‘슬로우 라이프(slow life)’가 부러울 정도다. 도시의 인프라는 최첨단. 반면에, 생활패턴은 오히려 아날로그보다는 디지털 스타일. 하루 열 번을 만나도, 전혀 처음 보는 이를 만날 때도 이방인의 마음을 잘 녹아내는 독일인의 미소와 배려가 특유의 매력이다. 깨끗하고 잘 정돈된 도시. 그들의 느리고 여유 있는 삶. 가족과 친구, 애완견과 자주 산책하며, 음료수처럼 병맥주를 들고 마시며 대화의 꽃을 피운다. 일상 속에서 늘 몸속에 벤 그들의 절약 정신을 곳곳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직장인은 근로시간 계좌가 있다. 초과 근무시간을 나중에 휴가나 조기 퇴근으로 보상받는다. 1년에 무려 최소 24일에서 30일의 유급휴가를 보장받는다. 상점폐점법에 따라 음식점이나 벼룩시장 같은 곳을 제외한 모든 가게가 일요일은 모두 문을 닫는다. 그렇듯 독일인들은 황금 같은 주말은 소중한 사람과 오롯이 즐긴다. 누구나 희망하는 인간다운 삶,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실천하고 있어 적은 스트레스로 행복지수가 높아 느긋한 삶을 누리는 것 같다.

독일어 <휘게 게미트리히>. 이는 ‘안락하고 편하게, 느긋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걷는 속도와 동작이 모두 무척 느린 편인 독일 사위. 그러나 워라벨이 명확한 편이라 그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단어다. ‘법 따로 현실 따로 같은 시민 정신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독일 사위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겨울비 온 뒤. 더욱 깨끗한 도시는 마치 어릴 적 동화 속 나라 같다. 독일은 결코 합리성만을 내세워 딱딱하기만 한 나라가 아니다. 곳곳에 내면의 여백을 둘 줄 아는 아름다운 나라다. 겨우(?) 예닐곱 번 와 본 나라에서 수없이 느낀 솔직한 감정이다. 켜켜이 쌓인 것은 또한 괴테정신만이 아니다. 다섯 사람이 모여 성냥개비 하나로 담뱃불을 붙였다는 성냥개비 절약정신(?)과 추진력이 무척 강한 탱크 정신, 히틀러 정신도 곳곳에 보인다.

독일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깨끗한 나라다. 네덜란드 못지않은 자전거 천국이다. 자전거는 절약과 근면, 환경 의식 실천의 상징이다. 생태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민 정신도 높다. ‘라인강의 기적’이 곧 독일의 매력으로 함축된다. 그들도 무척 바쁘게 산다. 그러나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어 보인다.

내면적 여백이 아름다운 나라, 오랜 시간 척박한 기후를 극복하면서 살아온 독일인이다. 독일인들은 프랑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남부나 지중해 문화의 시각적인 매력과 화려함보다 명상적인 삶의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들의 삶의 방식이 외형적인 치장보다는 내면적 여백의 미(美)를 갖게 한 것일까? 김영국 계명대학교 벤처창업학과 교수·창녕군 고향사랑기부답례품선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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