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포항시와 포스코의 시간
  • 모용복국장
이제는 포항시와 포스코의 시간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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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풍경
포항시-포스코 상생협력 TF
태풍으로 중단됐다 다시 가동
홀딩스 이전·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치 구체적 방안 제시
시민단체의 대규모 상경시위
힌남노로 조성된 화해무드에
악영향 끼칠까 우려 목소리
양측 원만한 합의 도출 위해
격려하고 상생방안 제시해야
모용복 선임기자.
모용복 편집국장
포스코홀딩스 포항 이전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태풍 ‘힌남노’ 피해로 중단된 포항시-포스코 상생협력 TF가 지난해 말 재가동 되기 시작했다. 이전 시한을 두 달 앞두고 구체적인 청사진과 일정표도 제시됐다. 이런 와중에 포항 시민단체와 포스코 간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포항시와 포스코는 지주사 포항 이전과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 설치 등을 전격합의했다. 이후 포항시-포스코 상생협력 TF(태스크포스)는 여섯 차례에 걸친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합의사항 이행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는 포스코가 미온적인 행보를 보인다며 규탄시위를 벌였다.

포항 도심과 심지어 농촌지역까지 붉은 현수막이 도배를 하고 1인 시위가 이어졌다. 포항은 흡사 북한 평양거리를 연상케 했으며, 해양관광도시가 시위도시로 변질됐다. 6월 지방선거 분위기에 편승해 시위는 더욱 달아올랐으며, 폭염이 가셔도 가실 줄 몰랐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초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덮쳤다. 사상 유례없는 집중폭우로 포항에 막대한 재산과 인명피해가 났다. 대한민국 철강산업 보루(堡壘)인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냉천 범람으로 한꺼번에 고로 3기 가동이 중단되는 미증유(未曾有)의 사태로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었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강공단의 크고 작은 기업들도 재해를 피해가지 못했다.

엄청난 재난 앞에서 포항시민은 다시 하나로 뭉쳤다. 거리에 나붙은 포스코 규탄 현수막은 ‘포스코 힘내세요’로 바뀌고, 물에 잠긴 포항제철소를 구하기 위해 포항시민들은 피켓 대신 삽과 방역호스를 집어 들었다. 태풍 ‘힌남노’는 포항과 포스코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지만 한편으론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 관계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합심단결로 복구를 펼친 결과 포스코는 정상화 길로 향하고 있다.

중단됐던 포항시-포스코 상생협력 TF도 다시 재가동됐다. 지난해 12월 23일 양측은 4개월 만에 회의를 열어 포스코홀딩스 본사 포항 이전과 관련해 그동안 이견을 보인 부분에 대해 상당히 진전을 이뤘다. 이날 포스코는 구체적인 계획안과 일정표를 내놨다. 올해 2월 이사회에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를 서울에서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을 상정한 뒤 통과 시 3월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해 정관을 변경하기로 했다.

또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설치에 대해선 올해 1분기 중으로 현재 포항에 있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건물 일부를 개조해 본원으로 활용하고 원장이 포항에 상주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미래기술연구원 건물을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신축할 것을 주문하는 등 일부분에서 이견을 보였다.

하지만 당초 갈등의 발단이었던 지주사 이전 문제와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설치가 합의안대로 일정표가 나온 이상 나머지 지엽적인 문제들은 남은 기간 동안 협상을 통해 충분히 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 침수로 포항제철소 모든 공장이 가동 중단을 겪으면서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1%나 급감했다. 4분기에도 제철소 복구와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철강 판매량이 700만t에 그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다행히도 포항제철소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복구활동과 포항시민의 도움으로 이제 전 공장이 다시 가동되고, 역대 최대 무이자 회사채 발행 성공으로 다시 신뢰를 회복해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시민단체가 뜬금없이 대규모 상경시위를 벌인 일은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어렵다.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과 포항시민 등 100여명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와 포스코센터를 차례로 방문해 집단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현재까지 7차례에 걸쳐 ‘포항시-포스코 상생 협력 TF’ 회의가 개최됐음에도 별다른 합의 내용이 없는 것은 최정우 회장이 포항시민을 기망하는 등 적극적인 합의 이행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앞서 언급한대로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 만에 재개된 TF회의에서는 핵심적인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왔다. 일부 세부적인 항목에서는 이견이 있었지만 이는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잘못이 있거나 책임을 져야 할 문제는 아니다. 협상은 양쪽이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해가며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그런데도 시민단체가 포스코만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건 온당치 않다.

포항시민이라고 무조건 포항시 주장을 편든다면 포스코홀딩스를 포항에 이전하려는 명분은 사라지고 만다. 포스코가 기업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경찰을 향해 최정우 회장에 대한 수사와 포스코홀딩스 압수수색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잘못이 있으면 온당히 수사를 받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미 고발장이 접수됐으니 공은 사법기관에 넘어갔다. 처리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전략적으로 보자면 지금 이 시점에서 곧 포항에 내려올 포스코홀딩스 회장을 두들겨 패서 무슨 이득이 있을지 의문이다. 포항시민으로서 최 회장에 대한 섭섭한 감정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기업에는 기업논리가 있는 이상 감정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당위성과 간절함으로 요구하는 것이 상책이다. 포스코가 최 회장 개인 소유가 아니듯 포항시민의 전유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실력행사로 주장이나 이익을 관철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윤석열 정부의 원칙적인 대응으로 실패로 끝난 화물연대 파업이 좋은 예다. 자칫 포항이 시위도시, 투쟁도시로 낙인찍힐 경우 포스코뿐 아니라 포항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기업 투자유치에도 걸림돌로 작용할까 적이 우려되는 이유다.

오늘날 포스코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포항시민의 희생과 노력이 컸다. 나아가 지난해 지주사 본사 포항 이전 합의를 이끌어낸 데에도 ‘범대위’를 비롯한 시민들의 공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포항시민들은 할 만큼 했다. 이제부터는 포항시와 포스코의 시간이다. 시민들은 양측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고 포항발전을 위한 상생방안을 찾도록 격려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포항시민이 존경해 마지않는 철강왕 고(故) 박태준 회장은 제철보국(製鐵報國)을 기치로 내걸고 포항제철(지금의 포스코)을 창업하고 키웠다. 포스코 사시((社是)가 된 ‘제철보국’에는 조상의 피의 대가로 세운 포항제철을 반드시 성공시켜 국가와 국민에 보답한다는 뜻이 담겼다. 포스코가 포항을 넘어 대한민국의 소중한 기업임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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