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정당들이 '제 살 깎아 먹기' 선거제도 도입할까?
  • 손경호기자
거대 정당들이 '제 살 깎아 먹기' 선거제도 도입할까?
  • 손경호기자
  • 승인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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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지 3년 만에 새로운 선거제도로의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중대선거구제를 화두에 올렸지만 현재까지 정치권에서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이어진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도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소선거구제는 ‘All OR Nothing’, 즉 ‘전부’ 아니면 ‘전무’인 선거제도이기 때문이다. 1등 후보 외에 타 후보를 지지한 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된다. 이로인해 선거가 치열해지고 진영 간 갈등이 깊어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 않은 후보를 인정하지 않고 비난의 대상으로 배격하고 있어 정치 불신 내지 정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각 선거제도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1988년부터 도입된 현 소선거구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화두를 던짐에따라 여야 정치권은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내부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정당별 손익 계산에 들어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한 지역구에서 몇 명을 뽑을지, 한 정당이 한 지역구에 몇 명을 공천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다만 한 선거구에 2~3인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정당이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중대선거구제를 찬성하는 측은 중대선거구제가 사표를 줄이고 소수정당의 진입을 원활하게 하며,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중대선거구를 도입하면 제22대 총선에서 민주당 등 야권의 의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국민의힘 의석은 줄게 돼 과반수 의석 확보가 물 건너 간다는 주장을 펴는 인사도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수도권에서는 반반씩 나눈다 하더라도 영남권과 호남권에서는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경우 각종 선거에서 부산·경남은 물론 대구·경북에서도 대부분 2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호남지역에서 2위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민주당이 영남권에서 약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대선거구제 반대 요지이다.

물론 현재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의석수를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은 수도권 의석 감소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이로인해 여야 모두 소극적인 태도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물론 현재의 의석은 21대 총선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은 번짓수가 틀린 것일 수 있다. 이로인해 중대선거구제는 여야 합의나 영·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받기가 힘들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반대 이유로 비례대표제 확대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기 위한 명분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비례대표제 확대는 필연적으로 거대 양당의 의석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때문이다. 거대 정당이 제 살 깎아먹기식 선거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오죽하면 지난 총선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에 ‘캡’까지 씌웠을까?

거대 정당들이 진정으로 사표 발생을 줄이고, 다당제 도입을 주장하려면 해법은 간단하다. 총 국회의석 300석 가운데 지역구 의석을 150석 내지 200석으로 대폭 축소하고, 비례대표 의석은 100석(지역구 200석) 내지 150석(지역구 150석)으로 늘리면 된다. 비례대표제만큼 사표 발생을 줄이고,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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