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정호영(22·KGC인삼공사)이 자신을 향한 감독의 칭찬에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호영은 “운동은 반복해야 내 것이 될 수 있는 만큼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호영은 2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3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블로킹 3개를 포함해 21점을 폭발하며 팀의 3-1(25-19 25-23 22-25 25-19) 승리를 이끌었다.

정호영은 이날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포지션이 미들블로커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 공헌도가 매우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이날 기록한 득점은 데뷔 이후 개인 최다득점(종전 18점)이며, 성공률도 62.07%로 매우 높았다.

정호영의 활약 속에 KGC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3전 전패, 지난 시즌을 포함해 상대 전적 6연패로 밀렸던 2위 흥국생명을 격침했다.

경기 후 정호영은 “그동안 못 이겼던 흥국생명을 잡아서 기분이 좋다”면서 “중간에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최다 득점을 올리긴 했지만 (염)혜선 언니가 예쁘게 만들어준 공을 받아먹기만 한 것일 뿐”이라면서 “오히려 중간에 몇 개 실수한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2019-20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힌 정호영은 대형 유망주로 꼽혔다. 190㎝의 좋은 신체 조건에 배구 센스도 빼어나 김연경(흥국생명)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프로무대에선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수비가 약해 윙스파이커로 기용하기 어려웠고 잔부상도 많아 경기에서 빠지는 일이 많았다. 본인이 편하게 생각하는 포지션인 미들블로커로 자리를 옮겼지만 프로 데뷔 전 받았던 기대를 충족하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던 그가 올 시즌엔 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고희진 감독이 부임하면서 베테랑 한송이 대신 정호영을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 출전시간이 부쩍 늘었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 미들블로커였던 고 감독의 디테일한 지도 속에 속공 등 공격력도 살아났다.

그 덕에 정호영은 현재까지 속공 부문에서 53.02%의 성공률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인 양효진(현대건설)이 1위이고 그 다음이 정호영의 차지다.

정호영은 “경기를 풀로 뛰다 보니 기록이 좋아지는 건 당연한 것 같다”면서 “공격은 세터가 도와주지만 블로킹은 온전히 내 몫이다 보니 블로킹이 더 향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호영은 현재 세트당 블로킹이 0.547개로 리그 9위다.

이날 경기 후 고희진 감독은 정호영을 향해 “똑똑한 선수이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감독의 지시를 빠르게 이해하고 경기에서 이행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정호영은 고 감독의 칭찬이 어색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감독님은 칭찬보단 질책을 더 많이 하시는 편”이라면서 “그래도 정신차리라고 하시는 말씀이라 감사하게 듣고 있다. 초반 집중력이 약한 편인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똑똑하다”는 칭찬에 대해선 “머리를 못 쓰진 않는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 전교 2등을 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공부 머리’도 가진 선수다.

정호영은 “물론 운동은 몸에 배는 데 시간이 걸리긴 한다면서 ”머리로 이해해도 내 것이 되려면 반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배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의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정호영은 ”부모님도 칭찬보다 질책을 더 많이 하신다“면서 ”엄마가 배구 선출이다보니 모든 경기를 보신다. 상대 센터들의 좋은 점을 메모해서 전달해주시는 데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