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선비의 후예들
  • 모용복국장
안동 선비의 후예들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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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聖地이자 선비고장 안동
100여년간 벼슬 길이 막히자
士林들 농사 짓고 후학 양성
출사욕심을 버리고 청렴 얻어
권익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경북도 3년 연속 전국 최상위
명실상부 청렴기관 위상 확인
몇 년 전 여름휴가를 맞아 안동 병산서원에 간 적이 있다. 전날 내린 비로 불어난 낙동강 물줄기가 길 왼편으로 시원스레 흘러가고 있었다. 서원 입구에 들어서니 좌우로 붉은 배롱나무(백일홍)가 먼저 반긴다. 200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다는 만대루 앞에도, 뒤뜰에도 온통 배롱나무 천지다. 서원에 이토록 많은 꽃나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전에도 이 곳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계절 때문인지 꽃을 보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병산서원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서원에는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한다. 배롱나무는 껍질이 아주 얇아 마치 없는 것처럼 속살이 비친다. 조선의 옛 선비들은 배롱나무와 같이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청렴한 삶을 살기 위해 서원에 배롱나무를 심어 경계로 삼았다.

안동은 유학(儒學)의 성지다. 오늘날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리게 된 배경에는 성리학과 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2019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서원 9곳 중 안동에서만 유일하게 병산서원과 도산서원 2곳이 이름을 올렸다. 선비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인 서원이 안동에서 가장 번성했음을 알 수 있다. 바꿔 말해서 가장 많은 선비들이 안동에서 배출되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안동에서 이처럼 유학이 융성하고 선비들이 많이 배출된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불행한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안동은 1623년 인조반정 이후 100여 년간 벼슬길이 막혔다. 특히 1728년 무신년 발생한 이인좌의 난 때는 반역의 땅으로 낙인 찍혀 과거장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하게 됐다. 퇴계 이황, 서애 유성룡, 학봉 김성일과 같은 대유(大儒) 후손들은 출사(出使)의 뜻을 접고 농부가 되어 후학을 가르치는데 일생을 바쳤다. 송나라 때 집대성된 성리학이 500여년 후 영남, 특히 안동에서 꽃을 피운 데에는 이처럼 안동 유림들의 한맺힌 세월이 서려 있다. 안동 선비들은 벼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그 대가로 청렴을 얻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안동에 청사를 둔 경북도가 3년 연속 청렴도 전국 최상위권에 오른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 2016년 대구에서 안동시 풍천면으로 이사한 후 4년 만에 달성한 쾌거가 예사롭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청렴도를 측정한 결과 경북도는 17개 시·도 중 최고등급인 2등급을 받아 2020년 이후 3년 연속 청렴도 최상위권을 달성했다. 광역자치단체 중에는 1등급이 없어 2등급이 최고등급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청렴도 평가에서 3년 연속 2등급 이상 평가를 받은 시·도는 경북과 제주뿐이다. 아울러 지난해 변경된 평가 체제에서 2등급 이상을 연속 유지한 곳도 경북을 비롯해 전국에서 2개 시·도뿐이라고 하니 명실상부한 청렴기관이요 선비 고장 후예다운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북도가 청렴기관으로 거듭난 배경에는 이철우 지사의 노력이 컸다. 이 지사는 2018년 도지사에 취임하자마자 ‘청렴은 공직자의 기본이다’는 도정철학으로 공직사회 청렴분위기 확산에 심혈을 쏟았다. 지난해에는 ‘청렴특별도 경상북도’라는 비전 아래 다양한 전략과 시책을 추진했다. 이 지사를 비롯한 모든 공직자들이 과거의 관행과 과감히 단절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낸 결과 3년 연속 종합청렴도 최상위권이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청렴은 공직자가 지녀야 할 최고덕목이다. 하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유혹에 빠지기 쉬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청렴하지 않으면 공직사회가 부패하고 공직사회가 부패하면 민생이 힘들어진다. 이철우 지사가 그토록 청렴을 강조한 배경에는 공직자의 생리를 갈파한 혜안이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집에 보물이 있다면 오로지 청백뿐이다(吾家無寶物 寶物唯淸白)’라는 안동 길안 묵계종택 김계행 선생의 유훈이 지금도 들려오는 듯하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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